미국 주택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백악관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우려를 드러낼 정도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아직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 통화 당국도 이런 가격 흐름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25일(현지 시간) 미 경제 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주택 가격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3월 전국주택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13.2% 올랐다. 이는 지난 2005년 12월 이후 1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월의 12%보다도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이런 집값 상승은 주식·원자재·암호화폐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유동성과 저금리의 힘으로 일제히 오르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도 긴축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날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다가오는 회의에서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적절한 시기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테이퍼링 논의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고위 인사가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앞서 이달 4일 “(대규모 정부 지출이)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도 긴축 시점이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라며 "내년 초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