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직원이 자신이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 주식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해당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며 해임을 요청한 상태다.
28일 해수부는 지난 3~4월 해진공 전체 임직원 154명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직원 A 씨가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HMM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을 적발했다. 해당 직원은 HMM 투자로 1억 5,800만 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으며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HMM 주식 평가금도 2억 7,9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해당 직원에 대한 해임을 해진공에 요청했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HMM은 해운 구조 조정 과정에서 주가가 줄곧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2,12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선박 공급 부족과 해운 운임 급등으로 해운 업황이 갑작스럽게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지난 28일 기준 5만 1,100원까지 치솟았다.
해수부는 A 씨가 HMM 경영 지원 업무를 맡았던 만큼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HMM을 지원한다는 것은 공개된 정보였으나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시기 등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직원은 뉴스 등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를 보고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해수부는 A 씨뿐 아니라 해운사에 투자한 해진공 직원이 10여 명 안팎인 것으로 파악했다. HMM에 투자한 직원은 A 씨를 포함해 5명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50만 원 수준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들은 담당 업무도 A 씨와 달리 HMM 지원과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선사에 투자한 직원의 경우에도 주식 거래 차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해진공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정부의 HMM 대규모 지원을 알 수 있었고 운임 상승과 함께 HMM 주가 상승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 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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