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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네이버는 뉴스 구독경제 시대를 열어줄까

[이연선 디지털편집부장]

구독의 핵심가치는 '관계'와 '경험'

촘촘한 전략 없인 지갑 열기 쉽잖아

언론 길들이기 나선 정치권 역행 속

'뉴스=공짜' 인식 지울 계기될지 눈길

네이버 본사 전경/서울경제DB




네이버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콘텐츠 중에서도 엄선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는지 이름은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 특성상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콘텐츠가 나와주는 것이 관건이다 보니 참여 업체에는 언론사가 많다.

크고 작은 잡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기본 구조는 단순했다. 생산한 뉴스를 통째로 공급하고, 뉴스 페이지의 광고 수익을 나눴다. 언론사를 골라 보는 구독 기능이 추가됐지만 독자 입장에서 모든 기사는 기본적으로 무제한 공짜였다. 각 언론사의 포털 내 뉴스 구독자는 수백만 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언론사가 구독자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포털 측이 알고리즘도, 독자 정보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구독 시대에 언론사들이 여전히 ‘모두를 위한’ 비슷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콘텐츠’의 등장은 언론사에 구독 경제 진입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 역시 오는 8월 구독 서비스를 오픈하고 하반기 중 유료 및 후원제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양대 포털이 동시에 유료 구독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댓글이나 공유, 좋아요로만 짐작하던 포털 독자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문이 열린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언론사들을 경마장 같은 뉴스 경쟁에 내몰았던 네이버가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다시 언론사들을 모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유료 구독까지 대형 플랫폼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언론사들의 참여율은 예상보다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에 서비스를 정식 오픈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콘텐츠로는 과연 구독을 위해 지갑을 열 수준인가를 놓고도 말이 많다.

디지털 뉴스 유료 구독은 뉴욕타임스처럼 글로벌 시장을 배경으로 둔 영어권 매체만 가능한 모델로 여겨졌다. 2011년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시작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디지털 매출이 종이 매출을 앞질렀다. 이제 뉴욕타임스의 독자는 89%가 디지털 독자다.



유료 구독은 독자가 돈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시간을 쪼개줄 의지가 있다는 의미다. 독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시간을 끌어오기 위해선 콘텐츠의 수준뿐만 아니라 형식, 상품 개발, 페이월(paywall) 등 촘촘한 전략이 필요하다. 구독의 핵심 가치는 ‘관계’와 ‘경험’이다. 뉴욕타임스가 퍼즐이나 게임·요리까지 끌고 들어온 이유다.

포털보다 더딘 속도지만 국내 언론사들도 다양한 형태로 유료 구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 기사 유료화에 실패했던 20년 전에 비해 이제 뉴스 공급자의 기술력도, 이용자들이 쌓은 경험의 깊이도 전혀 다른 수준이라는 자신감이 보인다. 최근 한 언론사는 홈페이지에서 기사 10개 이상을 읽으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기사를 더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유료 전환을 위한 수순이다.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서브 브랜드와 미디어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입맛에 따라 골라서 구독할 수 있는 뉴스레터도 쏟아진다. 확실히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치권의 시계는 따로 돌아간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은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입으로는 포털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말하면서 눈은 다른 곳을 바라본다. ‘혁신’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당근(미디어 바우처)과 채찍(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갈 길이 먼 언론사 앞에 그늘만 짙어졌다.

포털 중심의 ‘벌크’ 뉴스 시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포털이 이끌고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지금 같은 구조에서 정작 언론사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대접 받는 시대다. 웹툰·음악처럼 뉴스를 골라서 소비한다는 개념은 ‘공공재’로 인식돼온 뉴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푼돈 취급당하는 유료 구독에 그래도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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