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척추 전문병원에서 상습적으로 '대리 수술'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8일 오전 광주 서구 A 척추전문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서 수술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비의료인에 해당하는 간호조무사가 의사를 대신해 수술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 내부 제보자가 2018년 특정 시기에 간호조무사로 채용된 이들이 수술실에서 의사 대신 수술을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수술 관련 자료 등을 경찰에 제공했다. 해당 자료에는 간호조무사들이 수술 과정에서 피부의 절개와 봉합은 물론, 척추 수술의 핵심 의료 행위까지 의사 대신 수행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의 개원 초기부터 운영에 참여한 의사 B씨는 "개원 초기부터 대리 수술이 이뤄졌고,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대리 수술을 중단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자행됐다"며 "최근 병원 진료에서 배제돼 추가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지만, 대리 수술은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도 계속 반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 수술이나 수술 유도 등 행위를 하지 말자고 병원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자 갈등이 발생해 다른 원장들로부터 제명됐다"며 "제명 관련 1·2심 소송에서 이겨 제명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내용을 인지한 경찰은 B씨를 참고인 조사한 후 대리 수술 혐의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빠르게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압수수색 자료와 B씨가 제공한 증거를 근거로 A 병원의 대리 수술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의 행정 원장은 "내부 제보자가 제기한 대리수술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허위다"라며 “병원 대표 원장이 구체적인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고 말하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근 인천의 척추 전문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들이 대리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례에 이어, 광주에서도 척추 전문 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료법 제27조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조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라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시켜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또 의료업 정지,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 등을 명령받고 의료인은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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