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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강국의 꿈(K-우주), 이제 시작이다…차기 대선, 우주 화두 되기를…”

15세기 대항해 시대처럼 이젠 우주판 골드러시 각축전

우주 개발은 경제와 국방, 두 마리 토끼 잡는데 효과적

달·화성 60년의 탐사 역사, 이젠 미·중 우주패권 전쟁

한국, 발사체 등 우주개발과 탐사, 우주강국과 큰 격차

다행히 아르테미스 통해 우주개발 지평 확대 기대돼

우주 컨트롤타워·담대한 비전과 전략·뉴 스페이스 필요

‘내년 3·9 대선, 여야 후보들 우주청 공약 내세워야"

서울경제신문이 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최한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더글라스 테리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석 기술책임자가 NASA의 우주 산업화 정책과 우주탐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 참석한 많은 기업 관계자와 학자, 대학원생 등이 더글라스 테리어 미국 NASA 수석 기술책임자의 아르테미스 계획을 열심히 듣고 있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더글라스 테리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석 기술책임자가 NASA의 우주 산업화 정책과 우주탐사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오늘은 우주개발에 관해 알아보자.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개발에 대한 족쇄가 풀리고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앞서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취를 남긴 지도 50년이 훌쩍 넘었다. 일론 머스크는 2050년에 인류의 화성 이주를 실현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렇게 미국은 물론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 우주강국을 비롯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등도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주개발에 적극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를 일문일답으로 알아본다.

‘인류의 오랜 꿈, 우주’

-우주 여행에 대한 애니메이션 하면 ‘은하철도 999’가 떠오른다. 참 오래된 작품인데, 그동안 인류는 얼마나 우주에 가까이 다가갔을지 궁금하다. 현재 태양계 행성을 얼나마 탐사했나?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 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 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기차는 은하수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위엔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 좇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우주를 소재로 1979년 일본 극장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한 ‘은하철도 999’ 노랫말이다. 옛날에 이 애니메이션을 TV에서 보며 주제가가 나올 때마다 왠지 막연하게 우주에 대한 꿈을 품게 됐다. 이 노래가 은근히 사람의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다.

‘은하철도 999’처럼 우주로 가는 기차에 탄 것은 아니지만, 실상 인류는 태양계 대부분의 행성을 무인 우주선을 보내 개괄적이나마 그 특징을 대체로 파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한 많은 탐사선이 다양한 관측장비를 싣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인접 탐사하고 과학적으로 관측하고 수많은 사진을 찍은 것이다. 2006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도 탐사했다. 이 중에는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이 2005년 토성의 위성에 착륙해 유기물의 존재를 파악한 적도 있다. 현재 NASA 탐사선은 열 핵융합 반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에도 2018년부터 근접해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의 경우 1979년 목성과 5개의 위성, 1981년 토성과 그 위성들, 1986년 천왕성과 그 위성, 1989년 해왕성과 그 위성을 탐사했고 현재 태양계를 넘어 성간우주로의 탐사를 진행 중이다.

물론 태양계가 무한한 우주 관점에서 보면 수없이 많은 은하계 중에서도 점에 불과하지만 지구 차원에서 보면 광대하기 그지 없다. 지금 기술로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붉은 행성인 화성과 가장 가까워졌을 때에 맞춰 가려고 해도 7개월가량 걸린다.

‘달·화성 60년의 탐사 역사, 이제는 미·중 각축전으로’

-우주 탐사하면 생각나는 게 1960~1970년대 냉전이 극심하던 때 미국과 소련이 달을 놓고 벌인 우주경쟁이다. 당시에는 달을 놓고도 경쟁을 벌였지만 화성을 놓고도 다툰 것은 많은 분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50년 가까이 멈췄던 달 탐사와 달리 화성탐사를 꾸준히 진행했다. 바이킹 1호·2호를 1976년 화성에 착륙시킨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번 가까이 화성 착륙 탐사활동을 벌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앞서 화성에는 미국, 소련(현 러시아)에 이어 우주굴기를 맹렬히 펴며 우주에서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까지 착륙에 성공했다. 중국은 2019년 초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지구 궤도에 자체 우주정거장 구축에도 나서고 이제는 화성 탐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1960년~1970년대 달처럼 화성에서도 체제·군비 경쟁 차원에서 수십차례 탐사경쟁을 벌였던 양상에서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바뀌고 있다. 물론 현재 우주 최강자는 단연 미국이다.

이종환 서울경제 대표이사 부회장이 9일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경제와 국방을 튼튼히 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우주강국의 꿈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제3회 서경 우주포럼’ 발제-토론자.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최영준(왼쪽부터)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KTSat 대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가 ‘해외 사례를 통해 본 한국의 우주개발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우주개발에서 민간기업의 역할과 한화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인류가 달에 이미 50여년 전인 1969년에 첫발을 디뎠다. 그런데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라든지 왜 이렇게 다시 달이 부각되는 것인가?

△인류가 지구 밖에서 유일하게 발자국을 남긴 곳은 지구의 위성인 달이다. NASA는 달에 이미 1969년 7월 아폴로11호를 시작으로 우주인들을 총 6차례 착륙시켜 탐사활동을 벌였다. 달에 내린 우주인들이 우주선 착륙지 주위를 걷거나 팔짝팔짝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50년대 말부터 1978년까지 미국과 소련이 시도한 달 탐사 횟수는 90여차례에 달할 정도다.

이후 돈도 너무 많이 들고 더 나올 게 없겠다고 판단했는지 미국과 소련은 달 탐사에 심드렁해진다. 그러다가 수 년전부터 다시 달이 인류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달의 남극 등 극지대에 얼음(물)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인류가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대 화성 유인탐사 등 심우주로 효율적으로 나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이 국제적으로 주도해 달을 비롯한 심우주를 본격 공략하기 위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다. 2024년부터 달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게이트웨이)을 순차적으로 건설하고 그 정거장을 통해 달의 남극에 유인탐사를 벌여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과 소행성 등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우주 선도국과 중견국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10번째, 조 바이든 정부 들어 첫번째로 컨소시엄 참여가 확정됐다. 작년 10월 출범 당시 8개국만으로 아르테미스 체제가 가동될 때 우리나라가 빠졌던 것에 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9일 ‘제3회 서경우주포럼’에서 발제한 더글라스 테리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석 기술책임자는 “나사는 현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최우선시한다. 달에 사람이 장기간 체류하면서 달은 물론 화성 등 심우주 개척을 위한 전진기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제3회 서경 우주포럼의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중계 참조)

우리나라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도 폐지돼 미사일 개발에서 사거리(800km), 탄두 중량(2톤) 족쇄가 사라지고 우주발사체에서도 고체연료 병행 사용이 가능해져 군사주권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통해 우주개발 지평 넓히게 돼’

-2024년부터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 건설에 들어가고 점차 달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화성에도 유인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신선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우주 개발에 참여할 필요성이 잘 와닿지 않는 측면도 있는데?

△우주탐사가 지구 외 달이나 다른 태양계 행성, 나아가 태양계 밖을 향한 인간의 과학적 호기심을 탐구하는 과정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제와 국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리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으나 달 게이트웨이에 일부 모듈을 설치해 당당히 정거장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나라가 내년 8월 달 궤도선을 도는 탐사선을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려 2023년 1년 간 탐사에 들어가긴 하지만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건설되는 달 궤도 게이트웨이에 모듈을 설치해 주주 노릇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우주 국제협력에 본격 참여하게 되면 발사체와 위성 개발, 우주탐사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 촉진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2035년까지 8기의 위성으로 구축하려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사업에서도 미국의 협조를 받기가 좀 더 용이해질 것이다. 사실 우리는 지구 약 400km 상공에서 매일 16회가량 지구를 공전하는 축구장 크기의 국제우주정거장에도 한 모듈을 설치할 기회가 20여년 전 있었으나 당시 2,000억원가량 든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미래를 멀리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결정이었다. 걸음마 단계의 우주개발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결국 ISS에는 우리나라가 배제된 채 15개국만 참여했고 1998년 러시아가 모듈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완공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앞서 1980년 전두환 군부정권은 국방과학연구소의 많은 고급 연구원을 무더기로 내보내며 미사일과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암흑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마이클 로페즈 알제리아 엑시옴 스페이스 부사장이 미국 민간기업들의 우주개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마이클 로페즈 알제리아 미국 엑시옴 스페이스 부사장.


엑시옴 스페이스는 2024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 모듈을 부착한 뒤 2028년께 독립적인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9일 열린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이종환(앞줄 가운데) 서울경제 대표이사 부회장, 이상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왼쪽),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포럼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9일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달 궤도선 등 차질없는 우주탐사 추진, 소형 발사체 발사장 구축, 2035년까지 한국형항법위성시스템(KPS) 구축, 핵심 우주부품의 국산화, 전문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 기업과 연구자도 우주 R&D, 우주관광…’

-우주개발 같은 이런 대규모 사업은 국가 주도가 아니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요즘의 트렌드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 적잖게 주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9일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발제한 마이클 로페즈 알레그리아 미국 엑시옴(Axiom) 스페이스 부사장은 국제우주정거장(ISS)를 여러차례 다녀온 우주인으로 내년 초 민간인 3명을 인솔해 다시 ISS로 떠난다. 그와 함께 ISS로 가는 민간인은 1인당 5,500만달러가량을 낸다고 한다. 이 회사는 민간 회사로는 처음으로 ISS를 상업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곳으로 내년 1월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 로켓을 활용해) Ax-1 발사를 시작으로 약 6~7개월마다 ISS에서 민간 우주인들이 R&D 등 여러 임무를 가능하도록 지원하게 된다. 로페즈 알레그리아 부사장은 “우주라는 미세 중력 상태에서 민간 우주인의 연구개발(R&D)과 제조를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2024년 말 ISS에 최초의 민간 모듈을 부착해 추가로 민간 우주인 4명이 지내며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2028년까지 ISS에서 엑시옴의 모듈을 분리시켜 독립적인 정거장을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다. 다시 말해 그동안에는 ISS에 15개국의 우주인만 머물 수 있었으나 엑시옴 정거장을 통해 모든 국가, 일반인, 민간 회사 등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우주가 좀더 친숙해지는 날이 왔다. 올 7월부터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기념일인 7월 20일에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km 카르만 라인까지 준궤도 비행에 들어가는데 한 번에 6명까지 탈 수 있다. 역시 준궤도 여행에는 영국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도 내년 초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보다 훨신 높은 궤도에 있는 ISS로 민간인이 우주 체험에 나선 것도 2001년부터 여러차례 있었다. 올 연말에도 미국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과 러시아 소유즈 우주왕복선을 타고 민간인들이 ISS 체험에 나선다. 체험자는 기업인이 많지만 일부는 다큐멘터리와 SF영화를 찍기 위한 목적으로 가려고 한다.

‘15세기 대항해 시대처럼 우주판 골드러시 각축전’

-민간 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이라고 봐야 하나?



△민관이 협력하는 시대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우주개발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민간 우주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민간기업으로 지난해 처음 ISS로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스페이스X는 지난 4월 작년에 썼던 발사체와 우주선을 재활용해 유인 비행에 성공했다. 로켓은 10회, 유인 우주선은 5회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스페이스X는 아예 2023년에는 달까지 민간인들의 체험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2026년에는 화성 유인 탐사에도 도전한다는 목표를 잡고 스페이스X는 달과 화성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스타십이라는 큰 우주선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일론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화성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런 스페이스X도 2002년 창업한 뒤 애로를 많이 겪다가 NASA가 ISS로의 화물운송을 16억달러어치 맡기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주탐사에서 각국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나아가 민간이 적극적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드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일본·러시아·인도 등 우주강국은 물론 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까지 세계 각국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비견될 정도로 ‘우주판 골드러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김판조(왼쪽부터) KAI 위성체계실장,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방효충 한국항공우주학회장, 요시카와 마코토(화면 오른쪽)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 미션 매니저가 토론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김판조(왼쪽부터) KAI 위성체계실장,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방효충 한국항공우주학회장과 요시카와 마코토(화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 미션 매니저가 토론을 하고 있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요시카와 마코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 미션 매니저가 소행성 탐사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일본 하야부사 탐사선이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해온 샘플.


-우주 산업이 이렇듯 확대되는 이유는 과학 탐구 목적도 되겠지만 우주에 혹할 만한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어떤가?

△9일 ‘제3회 서경우주포럼’에서 요시카와 마코토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 미션 매니저도 발제했지만 일본은 선도적으로 소행성을 탐사해왔다. JAXA의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호는 지구에서 3억㎞나 떨어진 소행성인 ‘류구’의 샘플을 지난해 말 호주 사막에 떨어뜨린 뒤 또 다른 소행성 탐사에 나섰다. 오는 2026년에 2001CC21 소행성을 근접 비행하고 2031년 1998KY26에 착륙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은 2013년 하야부사1이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미량의 토양 표본을 채취해 돌아온 바 있다. JAXA는 현재 지구 근처 소행성 ‘파에톤’ 탐사도 추진 중이다.

미국 NASA가 지구에서 3억 2,000만 ㎞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서 샘플을 채취해 2023년 지구 도착 목표로 가져오고 있는데 소행성 탐사만큼은 일본이 앞선다.

-그렇군. 한 분야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 일본답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JAXA가 소행성 탐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화성의 위성(포보스) 탐사선을 2024년 발사해 2025년 착륙시킨 뒤 2029년 지구로 샘플을 가져오기로 했다. 그런 실상 이것도 소행성 탐사와 연관이 있다. 미국, 소련에 이어 중국이 최근 화성 착륙에 성공했고 유럽·인도·아랍에미리트가 화성 궤도 탐사선 발사에 성공한 상황에서, 일본은 화성 탐사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은 이미 50여년 전에 우주 발사체 독립에 성공했고, ISS에서도 주요 주주 노릇을 하며 우주기술을 많이 축적했다. 일본은 달에 정확하게 착륙하고 장애물을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SLIM 미션도 준비 중이다. 내년에 SLIM 탐사선을 발사하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2029년부터 달 뒷면 남극에 유인 착륙을 시도해 수년에 걸쳐 직접 우주인들로 하여금 달 탐사를 하게 한다는 목표다.

-일본이 소행성 탐사에 적극적인 이유는 뭔가?

△일본이 소행성 탐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난 2015년 지구와 160만㎞ 거리를 두고 지나간 수백m 길이의 소행성에 6,000조 원의 백금이 매장됐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로 소행성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요시카와 하야부사2 매니저는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은 우리 인류의 미래 우주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때 입게 될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사전 탐사가 필요하다”며 “소행성은 태양계의 기원과 진화,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할 단서를 찾는 데도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마크 세레스 룩셈부르크 우주청장 겸 경제부 우주국장이 인구 60만명의 작은 나라가 만든 뉴스페이스를 발표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이상률 항우연 원장이 9일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2030 우주개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제3회 서경 우주포럼’ 일정표.


-소행성의 가치가 이렇게나 클 줄 모르는 분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희귀자원이 많다고 하면 결국 소유권에 대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가 될텐데.

△9일 ‘제3회 서경우주포럼’에서 발제한 마크 세레스 룩셈부르크 우주청장 겸 경제부 우주국장은 룩셈부르크도 유럽에서 (희귀 자원의 보고인 달·소행성 등) 우주 자원 분야의 허브로 커 나가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룩셈부르크는 지난 2016년 우주자원계획을 실행하면서 우주탐사와 우주 자원 활용 분야의 선구자가 됐고 2017년 민간 기업이 추출한 우주 자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우주탐사와 자원 활용에 관한 법을 제정한 유럽 최초,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국가이다. 인구 60만 명 규모로 자원이 없는 나라이지만 차별화를 통해 개방적인 우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주 기업들이 달과 소행성 등 지구 밖에서 우주 광물을 채취할 경우 그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써 많은 우주 기업들이 룩셈부르크에 둥지를 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세레스 청장은 “룩셈부르크는 2018년 기준으로 우주 분야에서 8억 유로의 총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이는 국가 전체 총 부가가치의 1.5%”라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우주 분야 기여도가 유럽에서 제일 높다”고 밝힌다. 이어 “룩셈부르크는 위성통신과 우주 자원 분야를 선도하고자 해당 분야에 강력하게 집중해 퍼스트 무버 위치를 고수하기를 원한다”며 “우주 자원 홍보, 명확한 법규 제정, 학생 우주 교육과 기업 R&D 지원, 우주 투자 상품 개발을 통해 우주 자원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발현시키려고 한다”고 힘줘 말한다.

‘우주 개발은 경제와 국방, 두 마리 토끼 잡는데 효과적’

-먼 미래인 듯 하지만 발 빠르게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많다. 우주개발 기술이 산업 기술 발전과 국방에도 큰 도움이 될텐데?

△스페이스X를 필두로 우주 발사비용을 크게 낮추고 초소형 군집위성이라든지 다양한 인공위성 개발이 이뤄지며 쓰임새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위성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접목해 경제·시장 분석을 늘리는 등 위성 비즈니스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항법위성이 있기에 가능한데 국가안보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의 개발을 위한 위치정보 산업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지구촌 어디에서든 초고속 인터넷이 통할 수 있는 세상도 열린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지난해부터 기당 200kg대의 소형 위성군을 60기씩 무더기로 재활용 로켓으로 약 550km 상공에 속속 쏘아 올리며 북미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우주 태양광 사업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거대한 태양전지판을 지구 궤도에 띄워 24시간 고효율 발전하며 마이크로파나 레이저 형태로 만들어 지구로 보내려는 것이다. 경제성이 갖춰진다면 언젠가는 현실화될 것이다. 상당한 기간이 걸리겠지만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은 지구궤도에서 우주공장을 짓는다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실현됐던 메이드 인 스페이스(Made In Space) 시대가 펼쳐질 날이 오게 된다. 피터 디어만디스 미국 싱귤래리티대 창업자는 “앞으로 (1,000조원 이상)의 조만장자는 우주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주산업은 수학·물리학·천문학 등 기초학문부터 생명과학·전기전자·통신·기계·인공지능·첨단소재 등 경제까지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시급히 우주개발과 민간 생태계 조성, 국제 우주협력 등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일 열린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이상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 국회 차원에서 국제 우주협력 등을 적극 뒷받침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9일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장기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강조하며 우주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구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9일 '제3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이종환(오른쪽에서 두번째) 서울경제 대표이사 부회장, 이상민(오른쪽) 의원, 신현우(왼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용홍택 과기정통부 1차관(왼쪽에서 두번째),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등이 우주포럼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우주강국과 큰 격차…우주 컨트롤타워·담대한 비전과 전략·뉴 스페이스로 돌파해야’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우주개발에 참여를 해야겠다. 현재 우리의 우주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 간 우주개발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를 보면 우주 최강국인 미국에 비해서는 발사체는 18년, 위성은 10년 뒤져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위성 수준은 세계 6~7위권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핵심 소재·부품은 외산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주 발사체의 경우에는 오는 10월과 내년 5월 본발사에 나서는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1.5톤급을 저궤도로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본은 이미 50여년 전에 우주 발사체 자립에 성공해 지구에 3억km 떨어진 소행성까지 자력으로 발사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위성 쪽과 달리 발사체 분야에서는 미국의 협조는 커녕 오히려 견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 성과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오는 2030년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보내겠다는 계획만 있지, 앞으로 누리호 후속모델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어디까지 높이겠다는 것은 나와 있지 않는 등 담대한 비전이 부족하다. 달, 화성 소행성 등에 자국의 발사체를 활용해 탐사선을 보내는 우주강국들과는 안타깝게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안타깝다. IT산업에서는 한국이 강국인데, 이렇게 우주 분야에서 뒤쳐지는 이유가 뭔가?

△우리는 위성, 발사체, 우주탐사가 개별적으로 따로 진행되거나 범부처를 아우르는 우주정책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우주 연구기간 사이나 심지어 기관 내에서 협력이 원활치 않아 통합적인 우주개발 전략을 펴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개발 주무부처이나 국방부 등 다른 부처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데다, 과기정통부에서 우주를 맡고 있는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나 담당 과장이 1년반 정도면 바뀌곤 해 전문성이 쌓이기 쉽지 않은 구조다. 마침 어제 과총회관에서 국가우주위원회가 열렸는데, 정부가 조만간 국가우주위원회의 수장을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바꾸기로 했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확고한 우주 컨트롤타워와 담대한 비전, 뉴 스페이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어떤 우주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나?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미래는 우주다’를 주제로 연 ‘제1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미국·중국·유럽 등 우주강국처럼 긴 안목으로 우주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정책기획·예산수립·인사권을 갖는 우주기구(우주청)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부처 간은 물론 부처나 연구기간 내에서 칸막이가 심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이나 총리실 산하에 지속 우주기구를 둬 범부처를 망라해 우주개발과 뉴 스페이스에 가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지난해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연 ‘제2회 서경 우주포럼’에서도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이라는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우주청 설립을 강조하며, 2021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선주자들이 공약 중 하나로 우주청을 내걸고 정책토론을 벌였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내년 3월9일 대선에서 우주청 공약 나와야"

-결국 문제 해결은 정치하고 연결이 된다. 코로나19나 민생 등 사실 챙겨야 할 현안이 많지만 우주에도 대선 후보들이 신경을 써야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쓸 수 있겠다.

△조만간 여야가 대선 경선 레이스에 들어가는데, 차기 국가 지도자가 될 주요 주자들 중에서 제발 우주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 등 과학기술 중심문명을 구상하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한다.

우리 민족은 혹독한 식민지와 그 악영향으로 인한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 냉전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세계에서 유례없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신속히 달성하며 이제는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다. 각종 K-시리즈가 이를 반증한다. 우주 쪽도 국가적 리더십만 제대로 갖춰지고 민관협력이라는 방향만 잘 잡으면 급속도로 피치를 올리며 강국의 반열에 진입할 날이 올 것이다. 이제는 K-우주(스페이스)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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