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
지난 11일 국민의당 이준석 신임 당대표의 당선 수락연설에는 어딘가 익숙한 표현이 등장했다. 바로 가수 임재범이 부른 ‘너를 위해’의 가사를 패러디한 문구다. 이 대표는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라는 가사를 차용해 헌정사 최초로 30대의 나이로 제1야당 대표에 선출된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이어 “우리의 이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함께 후보로 출마했던 선배 정치인과 자신을 지지한 당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여러분”이 자신을 당대표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여러분’ 역시 가수 임재범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딱딱한 표현으로 가득한 기존의 수락연설과는 대조적이라며 연설문부터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연설문 앞머리에서 나경원 후보가 제시한 ‘용광로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을 꺼내든 것도 신선했다는 평이다. 자신의 핵심 화두인 ‘공존’을 강조하기 위해 나 후보를 치켜세우면서도 재치있게 표현했다. 그는 “용광로는 여러 원료 물질을 매우 뜨거운 온도로 녹여내 균일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다양한 사람이 샐러드 볼에 담긴 각종 채소처럼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샐러드 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한국의 ‘비빔밥’을 예로 들었다. 그는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10가지 넘는 고명이 각각 밥 위에 얹혀있을 때"라며 “비빔밥 재료를 모두 갈아서 밥 위에 얹어준다면 그것은 우중충한 빛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에게 청년다움, 중진다움, 때로는 당대표다움을 강요하며 사회의 시금치·고사리와 같은 소중한 개성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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