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시대가 야권의 총공세에 결국 막을 내렸다.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특별총회에서 의원 120명 중 찬성 60명, 반대 59명, 기권 1명으로 야권 정당이 참여하는 새 연립정부를 승인했다.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 좌파와 우파, 아랍계 등 8개 야권 정당이 동참하는 이른바 ‘무지개 연정’이다. 차기 정부 임기 전반기인 2023년 8월까지는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가, 임기 후반기에는 연정 구성을 이끈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가 총리를 맡는다.
베네트는 신임투표에 앞서 한 연설에서 “중대한 시기에 책임을 맡았다. 책임 있는 리더들이 분열을 멈출 때”라며 자신이 우파와 아랍계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에 대한 강경 입장도 드러냈다. 베네트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미국을 겨냥해서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은 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최근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 와중에 이스라엘을 지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미국 민주당·공화당 모두와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네트 총리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면서 미국이 이스라엘 안보에 계속 관여할 것이며 새 정부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총 집권 기간만 15년 2개월에 이르는 네타냐후는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자신이) 야당이 되는 것이 숙명이라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 위험한 정부(무지개 연정)를 뒤집고 나라를 우리의 길로 이끌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다”라며 재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보호막 없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당 내부에서조차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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