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트랜스젠더)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뉴질랜드올림픽위원회는 21일 성명에서 성전환 역도 선수인 로럴 허버드(사진)가 포함된 다섯 명의 뉴질랜드 도쿄올림픽 역도 국가대표팀 명단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허버드는 국제역도연맹(IWF)이 발표한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순위에서 7위에 올라 상위 8위까지 얻는 자동 출전권을 획득했다.
IWF는 “도쿄올림픽 역도 엔트리는 도핑 관련 서류를 확인한 뒤에 확정한다”고 했지만 뉴질랜드올림픽위는 허버드의 문서 작업을 완료한 뒤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공표했다. 허버드는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 중 최고령이기도 하다.
허버드는 원래 남자 역도 105㎏급에서 ‘개빈’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다. 지난 2013년 성전환 수술을 한 허버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5년 성전환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면서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허버드는 2017년부터는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뛰기 시작해 그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51㎏을 들어 합계(275㎏) 2위에 올랐다. 성(性)을 바꾼 선수가 세계역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그가 처음이었다.
허버드는 “3년 전(2018년) 부상으로 선수 경력을 끝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지만 많은 분의 지원과 격려 덕분에 어둠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뉴질랜드는 정부 차원에서 그의 출전을 강하게 지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선수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허버드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반대하는 선수들은 “허버드 때문에 같은 체급 여자 선수들은 불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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