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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시장 왜곡 부르는 정치꾼들

정상범 논설위원

임기말 원전 찬성 늘고 反中 정서 높아져

내놓는 정책마다 국민 인식과 따로 놀아

내 편만 챙기는 위선과 무능이 불신 키워

표심에 휘둘리는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이달 초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자력(36%)이 태양광(31%)을 제치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꼽힌 것이다. 2018년 이후 네 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줄곧 1위였던 태양광이 처음으로 원자력에 밀렸다니 정부 정책과 달리 원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셈이다. 국민은 탈원전 소동에도 값싼 에너지원과 탄소 중립의 대안,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점 등을 따져가며 원전의 소중한 가치를 꿰뚫어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친중 행보를 보여온 현 정부에서 국민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의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0∼10점)는 평균 3.6점이었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 4.8점이었으니 2년 새 많이 낮아진 것이다. 중국을 파트너(12%)가 아니라 안보 위협(83%)으로 보는 응답도 많았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따른 차이나 불링(China Bullying), 문화 침탈과 공격적 민족주의에 대한 반발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퓨리서치가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에 대한 한국의 호감도가 77%로 주요 16개국 가운데 단연 1위였다. 정치인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달리 우리 국민은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촛불 정신을 내세워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한 정부가 4년여 만에 국민 인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으며 이에 따른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 사태의 배경에는 진보 귀족으로 대변되는 집권층의 위선과 무능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권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혀 구밀복검(口蜜腹劍)을 일삼으며 국민의 뜻과 거꾸로 가고 있다. 국가와 미래가 아니라 정파 이익만 챙기는 퇴행적 정치판이 낳은 사태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입만 열면 집을 사지 말라고 역설했다.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집을 샀다며 안타깝다는 장관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시장을 철저히 무시한 부동산 정책은 국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었고 시장 왜곡만 낳았을 뿐이다. 여당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면서 집을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마저 축소했다. 오직 표심을 잡겠다며 세제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린 것이다. 그래도 누구 하나 기꺼이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국민이 정책 당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일찍이 정치인을 두 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정치를 위해 사는 정치인과 정치를 단지 생계 수단으로 삼는 정치꾼이 그것이다. 베버는 참다운 정치인이 되려면 신념이 있어야 하고 책임을 지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586세대 정치인 가운데 평생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 생계형 인사들이 많다는 사실도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세금 한 번 제대로 내본 적 없는 인사들이 나라 곳간을 제멋대로 쥐고 흔드는 이상한 나라가 돼버린 것이다.

1990년대 독일을 경제 강국으로 키우는 밑거름을 만들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개혁에 성공하려면 정권을 잃더라도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은 선거에 이기는 게 아니라 국가와 미래를 책임지는 국정 운영이다. 자나 깨나 표만 생각하는 우리 정치인들이 귀담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다음 선거나 걱정하는 자들은 정치꾼이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이들은 정치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정치꾼에게 휘둘려 나라를 망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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