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일가의 의혹을 담은 ‘X파일’의 출처를 놓고 핑퐁 게임을 벌였다. 윤 전 총장 측이 ‘불법 사찰’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서자 여야가 서로 괴문서 유포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시민 단체가 X파일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고 윤 전 총장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윤석열 X파일’의 출처가 경찰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X파일에 대해 “야당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윤 전 총장의 수많은 사건에 대해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최근 X파일의 진원지로 주목받았다. 송 대표는 방송에서 “X파일은 없다. 제 나름대로 쭉 정리를 해본다는 것”이라면서 “자체 내부에서, 검찰총장 인사 과정에서 야당 내부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정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준표 후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 후배이고,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다 아는 분이 바로 홍 후보”라며 국민의힘 복당을 앞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X파일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홍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홍 의원은 “송 대표께서 무엇을 근거로 윤석열 X파일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씀하셨는지 모르나 나는 소위 윤석열 X파일을 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송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반박에 나섰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X파일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추측을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선동 정치”라며 “X파일이 만약 실체가 있고 작성자가 있다면 국민 앞에 명백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더 나아가 X파일의 유포자가 처음 이 사안을 언급한 송 대표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저는 송 대표가 전부 제작해 유통한 원조라고 생각한다”며 “(송 대표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X파일’이 아니라 ‘송영길 X파일’이라고 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괴문서를 불법 사찰로 규정한 윤 전 총장 캠프도 추가 대응에 나섰다. 이날 윤 전 총장 측은 손경식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법률대리인을 중심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정치권의 흑색선전에 맞설 네거티브 대응팀을 신규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최지현 부대변인은 “손 변호사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제기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법적인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며 “또 선거 때마다 나오는 흑색선전에 대비하기 위해 네거티브 대응팀을 따로 만들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괴문서 유포를 두고 ‘네 탓 공방’을 하는 사이 X파일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이날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X파일의 최초 작성자와 송 대표를 각각 명예훼손과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명예훼손은 검찰 직접 수사 범위(6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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