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각종 경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쉽게 얻었을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단순화에 의존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면 대부분의 경제 현상들이 몇 가지 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원리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처음 듣는 경제 원론 과목에서 자세히 다뤄진다.
경제 원론 교과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하버드대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쓴 책이다. 맨큐의 ‘경제 원론’ 1장에는 10가지 경제 원리가 나온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자유로운 거래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 시장은 경제활동을 조직하는 좋은 수단이고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 등 대부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다.
시각에 따라 몇 가지에 동의하지 않는 경제학자들도 있지만 경제학자가 예외 없이 인정하는 가장 큰 원리는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제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개인은 효용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얻을 수 있는 이윤이나 소득이 정해져 있으면 거기에 들어가는 노력과 요소 투입을 최소화하는 게 경제적 인간이라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유인이 정책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원리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이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고 이러한 자유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에 실패가 있다면, 즉 불완전 경쟁이나 외부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정부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시장보다 효율적이지 않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가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이번 정부 들어 벌어진 많은 경제정책은 이러한 경제 원리에 반한 정책의 연속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사람들이 세금을 통한 인위적인 가격·물량 통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면 시장 원리에 따라 사람들에게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일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 하지만 스무 번이 넘는 정책들은 대부분 특정 지역 부동산 소유자,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유인과 거꾸로 가는 편협한 정책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늘릴 유인을 주어야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시행, 비정규직 제로 정책, 대체 근로 불허 등 노동시장 관련 정책들은 이러한 경제적 유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친노동 정책들이 실업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노동 환경을 개선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늘어난 일자리라고는 세금으로 만든 노인들의 단기 알바 자리뿐이다. 분배 측면도 개선된 듯 보이지만 정부의 공적 이전을 빼면 오히려 악화됐다.
경제 원리에 어긋난 반시장적 사고의 최고점은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몇 달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 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민간 은행이 정부의 사금고라는 생각이 깔린, 신용경제와 금융 원리를 깡그리 무시한 독창적인 논리다.
이제 대선 시즌이다. 각 당에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려스럽게도 몇몇 선두 주자들은 포퓰리즘에 기인해 표만 생각하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기 전에 경제 원론을 다시 한번 보기를 권한다. 이번 대선에는 상식에 맞는 경제적 유인과 시장경제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후보가 나오기를 바란다. 현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 대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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