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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불평등과 차별이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고척도서관이 마련한

김범수 교수의 ‘만들어진 문화 취향: 기만과 폭력을 넘어서’

서울 고척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영화 ‘기생충’을 통해 사회문제를 생각하는 시간 가져

김범수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고척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철학자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9일 서울 고척고등학교 도서관에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화를 통해 사회 문제를 고찰하는 특별한 강좌가 열린 것. 고척도서관이 지역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고척고등학교 20여명의 학생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에 집중했다.

강단에 선 김범수 상지대 철학과 초빙교수는 “좋아하는 친구와 싫어하는 친구가 있는가”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그렇다”고 말하자 김 교수는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한 학생이 “성격차이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교수는 “여러분이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해 영화 ‘기생충’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하고 기생충의 주요 장면들을 보여줬다.

영화 속 기택이네 가족과 박사장네 가족이 ‘선’을 통해 분리되는 장면들을 보여준 김 교수는 “두 가족을 구분짓는 이 선이 경제적 차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의 책 ‘구별짓기(1979)’에 대해 설명했다.

부르디외는 프랑스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머리가 좋았던 그는 프랑스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최고의 대학교에 입학했다. 학벌경쟁이 심한 프랑스에서 좋은 집안의 자제들만 입학하는 학교로, 가난한 지방 공무원의 아들인 부르디외의 입학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학시절 부르디외는 알게 모르게 다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차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1979년 발간한 ‘구별짓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책에서 부르디외는 사회에서 불평등과 차별이 발생하는 이유를 ‘아비투스(Habitus)’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비투스는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문화적 취향을 의미한다. 문화적 취향을 내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속한 사회적인 관계의 문화적 취향을 그대로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화적 취향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관계는 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 ‘기생충’의 차별이 가족단위로 구분되는 것도 이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의를 마무리 하며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척도서관이 마련한 김 교수의 ‘만들어진 문화 취향: 기만과 폭력을 넘어서’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고척고 2학년 김희수 군은 “철학적인 내용을 영화와 연결해 설명해 주셔서 이해하기 쉽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2학년 송경수 군은 “사회적 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가 생겼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남영남 고척고 사서 교사는 “학생들이 평소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사고의 깊이를 만들어준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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