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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해외 로케이션이란 이런 것’…류승완의 뜨거운 아프리카 ‘모가디슈’

28일 개봉하는 올여름 한국 영화 화제작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 외교관 이야기

모로코 현지에서 100% 촬영 진행

이국적 풍광 속 총격·추격 씬 돋보여

분단현실 다루지만 과도한 감정 자제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결말이 알려져 있는 역사를 힘 있는 영화로 만들려면 창작자의 노력이 두 배, 세 배 필요하다. 현대사는 특히 어렵다.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역사인 만큼 영화적 상상력이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한반도 분단 현실과 남북 대립에 관한 이야기라면 식상함과도 싸워야 한다. 이 어려운 작업에 ‘천만 감독’ 류승완이 도전장을 냈고 기어이 해냈다. 이전 작품과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스태프와 배우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향했던 그는 ‘100% 해외 올 로케이션’, 즉 영화의 모든 장면을 뜨거운 현지 태양 아래에서 담아낸 작품을 오는 28일 관객에게 선보인다. 올 여름 최고 화제작, ‘모가디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류 감독이 영화적으로 주목한 역사적 시점은 1990년대 초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좁게는 한반도의 남북 관계가, 넓게는 세계 냉전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때다. 냉전의 주축인 미국과 소련의 영향력이 약한 지역에서는 과거 식민 제국주의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점이기도 하다. 제국 열강들이 마음대로 재단했던 아프리카에서는 피를 부르는 민족 대립과 정권 쟁탈이 빈번하게 터진다. 류 감독은 혼돈에 빠진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소말리아 내전과 남북 대립 상황을 절묘하게 연결해 영화적 갈등과 불안 요소를 극대화한다.

당시 소말리아는 남북이 모두 수교하고 현지에 대사관을 설치한 국가였다. 북한이 일찌감치 국교를 맺었고, 올림픽 이후 유엔 가입을 위해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한국이 뒤따라 들어갔다. 남북 외교관은 현지에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경쟁한다. 당연히 서로가 극도로 불편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내전이 발발하고, 수도 모가디슈는 총성이 그치지 않는 전쟁터가 된다. 주재국 정부도, 반군도 외교관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고, 어제까지 협력적이던 현지인들은 무장 강도로 돌변해 목숨을 위협한다. 본국과 통신도 모두 끊기고 각자도생의 위기에 처한 남북 외교관에게 대립과 경쟁은 어느새 감정적 사치가 된다. 목숨을 부지하고 모가디슈를 벗어나는 게 양측 모두의 급선무가 된다.

전형성의 틀에 갇히지 않는 류 감독의 연출이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감독은 자칫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동포애를 쉽게 꺼내지 않는다. 언어가 통한다는 사실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기는 하지만 결정적 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넌지시 보여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보다 앞서는 게 무엇인지 관객에게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또 한번 적용된다.

김윤석과 조인성이 각각 한국 대사 한신성과 참사관 강대진을, 허준호와 구교환이 북한 대사 림용수와 참사관 태준기를 연기한다. 이들과 함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등이 양측 대사관 가족 역을 맡았다. 이들 외에는 모두 외국 배우다. 류 감독이 유럽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캐스팅한 배우들이다. 영어부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모국어로 쓰는 배우들과 함께 자동차 추격, 거리 총격 장면 등을 소화하는 고난도 작업이었지만, 영화 제작은 차질 없이 진행돼 계획한 시점에서 정확히 끝났다고 한다. 김윤식, 허준호 등 주연 배우들이 “모가디슈를 통해 한국 영화의 저력을 봤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한편 극장가는 모가디슈를 올 여름 최고 화제작으로 예상하고, 전폭적 개봉 지원에 나섰다. 봉준호, 김지운, 임필성 감독 등 영화인들도 최악의 코로나 19 와중에 과감하게 개봉하는 모가디슈에 대한 릴레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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