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기저 질환이 있는 5~11세 아동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하는 등 해외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방역 당국은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허가했지만 정작 접종 계획 등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인들에 대한 접종 물량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학기 전면 등교 수업을 위해서는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접종 계획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예방접종 계획에는 수험생인 고3을 제외한 아동·청소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화이자 백신의 허가 연령을 12세 이상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또 27일에는 모더나 백신의 접종 연령을 기존 만 18세 이상에서 만 12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심사에 착수했다. 10대 연령층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논의가 이제야 시작된 셈이다.
해외 상황에 비하면 국내 진행 상황은 매우 더디다. 프랑스는 지난달 15일부터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부모의 동의를 얻은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 르몽드에 따르면 25일 기준 18세 미만 프랑스 청소년의 백신 접종률(1회 이상)은 11.1%다. 인도 역시 이달 말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아일랜드는 다음 달 12~15세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많은 청소년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다. 백신 접종 모범국인 이스라엘은 27일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을 보이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고위험군의 5~11세 아동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학부모들은 당장 2학기 전면 등교를 앞두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에 달하는 만큼 아동·청소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2학기 전면 등교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달 9일 수도권 모든 학교에 등교 중지 조치를 내렸다. 확산세가 줄지 않으면 2학기에도 전면 등교는 어려워진다. 따라서 백신 접종을 통해 등교를 재개하고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오는 8~9월께 12세 미만 소아, 12~18세 청소년, 임신부의 접종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일반 국민 백신 접종을 진행하면서 남은 대상 접종은 관계 전문가와 논의해 8~9월 이전에는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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