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중국 공포증’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으로 시작됐던 강력한 시장 통제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넓혀가자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중국 시장이 신뢰가 점차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중화권 증시 폭락의 중심에 있었던 주요 기술주에 투자하는 항셍테크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른바 ‘물타기’ 매수, 기술적 반등 등을 노린 투자 행보로 풀이되지만 미국의 월가 등에서는 당분간 중국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TIGER 차이나항셍테크(371160)를 약 143억 원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약 490개의 ETF 중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이 ETF가 TIGER 차이나항셍테크였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는 지난해 12월 16일 한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뒤 일간 순매수 규모로는 이날이 역대 최고였다. 개인들은 전일에도 이 ETF를 135억 원 규모를 사들인 바 있다. 개인 순매수 최고 기록인 27일 이전 최대치다. 즉 연일 최대 순매수를 갈아치우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날 개인들은 KODEX 차이나항셍테크(372330) ETF도 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 역시 지난해 12월 상장된 이후 개인 순매수로는 역대 최대다. 전일인 26일에도 개인들은 KODEX 차이나항셍테크 ETF를 약 50억 원 순매수했다. 아울러 KODEX China H 레버리지(H),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 등도 개인들이 계좌로 편입하고 있다.
개인들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증시가 연일 역대급 폭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TIGER 차이나항셍테크 등이 추종하는 항셍테크지수는 전일 6,249.65를 기록했다. ‘동양의 나스닥’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지 정확히 1년이 됐지만 출범 당시(6,774.78포인트) 지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수가 끝도 없이 떨어지자 크게 당황한 투자자들이 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해 매수에 나섰다는 해석이 있다. 1배 ETF로는 쉽게 볼 수 없는 낙폭을 나타내자 반등을 기대하며 새로 뛰어든 투자자들 역시 적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물타기도 이제 힘들다” “자금이 다 떨어져 간다” “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분위기다.
국내의 개미들의 움직임과 달리 국내 증권가 뿐만 아니라 월가에서도 성급하게 뛰어들어서는 안된다는 투자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해석에서다. 중국 기술주 강세론자였던 아크인베스트먼트의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도 대량 매도를 진행 중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ARK Fintech Innovation ETF는 전일 텐센트 주식을 약 63만 주를 매도했다. 다른 펀드에서는 징둥닷컴(JD.COM)을 약 97만 주를 던졌다. 알리바바도 약 11만 주를 정리했다.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이런 배경에 중국 투자자는 쉽지 않은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저가 매수도 쉽지 않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텐센트의 12개월 선행 PER이 28배로 상장 이후 평균 29~30배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큰 규제가 없었던 과거와 현 상황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13분 기준(한국 시간 기준) 홍콩시장에서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CSOP HS TECH ETF는 1%대 반등을 보이고 있다. 전일 전일 17% 폭락했던 메이퇀이 4% 회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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