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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비즈] 기판 핵심 설비 2년…반도체 EUV·식각 장비도 ‘수요 폭증’

[IT장비 글로벌 쇼티지]

◆삼성전자 공장 증설에 빨간불

글로벌 장비 쟁탈전 가열…파운드리·식각공정까지 난항

"구매가 높게 부른다고 해결 안돼…공급부족 지속될 것"

해외 의존도 높은 韓, 정부 주도 '국산화 로드맵' 시급

삼성 등 해외 기지 둔 韓 기업, 코로나19로 공급차질 우려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분야 국내 최대 업체인 삼성전기가 ‘설비 부족’을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 설명회부터다. 당시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판 시장 상황과 관련해 “일부 기판 설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8일 열린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대면적 BGA 등은 반도체 아래에 덧대는 고성능 기판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노트북과 서버용 반도체 등 각종 칩 사양이 업그레이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이에 대응해 기판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련 설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성능 반도체용 기판 핵심 설비를 양산 라인에 들이려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일부 해외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설비 구매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빛으로 기판 회로를 만드는 노광 설비가 대표적이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히타치·우시오 등 일본 업체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 설비를 국내 업체가 먼저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PCB 내 회로가 반도체 회로만큼 미세해지는 점도 설비 부족 현상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2.5D, 이종 접합 등 초고급 패키징 기술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 패키징 기술을 만족시키려면 기판 회로도 함께 정교해져야 하는데, 기존 설비 업체들은 이 회로를 제작할 만한 기술이 부족하다. 한 PCB 업계 전문가는 “기존 장비를 아무리 업그레이드해도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신 기판 사양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단순히 구매 가격을 높게 부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기판 제조 설비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기판 양산 라인 증축은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LG이노텍·대덕전자 등 국내 업체 외에도 중화권 업체들이 검토하거나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장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분야는 기판 분야만이 아니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의 치열한 장비 쟁탈전은 올해 내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부터 이른바 ‘레거시 공정’인 8인치 파운드리 공정까지 모든 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다. 첨단 공정의 경우 ASML의 EUV 노광 장비가 대표적이다. 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은 한 해에 40대 안팎의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 간에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 경쟁이 벌어진 데 이어 SK하이닉스·인텔·마이크론 등 후발 주자들이 EUV 도입을 시도하면서 칩 제조사들은 적기에 장비를 수급하기 위해 무한 경쟁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위 임원이 네덜란드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장비 관련 실무진을 수시로 파견하며 ASML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최근 기술 설명회에서 ASML의 차세대 제품인 ‘하이 NA EUV’ 제품을 공급받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서 강한 면모를 지닌 램리서치 또한 장비 공급 부족 현상 속에서 기록적인 2분기 실적을 거뒀다. 램리서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억 1,600만 달러(약 1조 5,1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증가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CEO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공정 복잡성 증가 등으로 하반기와 내년까지 강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8인치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장비 부족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주문은 내년 말까지 가득 차 있지만 8인치 웨이퍼 장비를 만드는 업체가 희소해 증설을 하고 싶어도 추진조차 못하는 상황이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IT 부품 핵심 제조 장비 시장에서의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열악한 장비 생태계에서 외국산 핵심 장비를 대체할 만한 기술을 찾기 어려워 문제 해결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장비 국산화 및 제조 현지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꾸준하고 전폭적인 소재·부품·장비 기업 지원 및 제도적 혜택으로 관련 생태계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국가, 연구 단체 또는 국내 대기업이 책임감 있게 설비 내재화를 이끌어가는 사례가 없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에서도 해외 의존적인 형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선진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타發 동남아 줄줄이 셧다운…국내 '반도체·MLCC' 초비상



인도에서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한국 주요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있는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쓸며 위력을 떨치고 있다. 전자 업계는 극심한 공급 부족(쇼티지)을 겪고 있는 반도체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제때 생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로이터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마닐라와 주변 지역을 포함한 메트로 마닐라에 대해 봉쇄령을 내렸다. 이 기간에는 생존을 위한 필수 시설과 산업만 운영되며 대중교통도 제한된다. 이 같은 강력한 방역 정책은 델타변이로 급격하게 증가한 확진자 규모 때문이다. 필리핀은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신규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인근 국가인 베트남은 그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은 곳으로 분류됐지만 지난 7월 초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가 1,000명대로 급증했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7,000명대로 폭증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강력한 봉쇄령은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그곳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가 휩쓸고 있는 국가들이 지난해부터 극심한 쇼티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와 MLCC·가전 공장들이 자리한 곳이어서 산업계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하다.

올림픽 특수를 맞은 가전 업계의 경우 베트남 정부의 ‘공장 봉쇄령’에 발목이 묶였다.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공장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초강력 지

삼성전자 호치민 가전공장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시에 삼성전자는 베트남 대표 공장인 사이공 하이테크파크의 가용 인력을 7,000여 명에서 3,000여 명으로 줄였다. 그 결과 공장 가동률도 떨어졌고 올림픽 특수로 발생한 국내 수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제품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에 체류할 직원을 위한 시설을 추가해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거나 일시적 대안으로 타 생산 거점을 활용해 제품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텔과 AMD·NXP·르네사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50여 곳이 노동 집약적 공정인 패키징과 테스트를 말레이시아에서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독일 인피니언은 6월 초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으로부터 지역 내 공장 2곳 중 한 곳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현재는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공장 가동률은 80% 미만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반도체산업협회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폐쇄 조치로 생산량이 15~40%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어딘가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MLCC. /사진 제공=삼성전기


전자 기기의 필수 부품인 MLCC도 이 지역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인근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둔 삼성전기와 무라타제작소, 말레이시아에 공장이 있는 다이요유덴 등 글로벌 MLCC 시장을 쥐고 있는 업체들은 이달부터 직간접적으로 각국 정부의 봉쇄령 영향권에 들게 됐다. 삼성전기는 제조 역량의 40% 가까이가 필리핀에 집중돼 있는 상황인 만큼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현지 사업장은 필수 산업으로 분류돼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을 예정이지만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매일 열 체크를 실시하고 통근 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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