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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주 52시간에 인력난...규제 한시 유예를"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월급 30% 줄어드는 줄줄이 이탈

수주 호황 낙수 효과는 고사하고

중소 선사·기자재업계 붕괴 위기





“한여름 쏟아지는 햇볕 아래 들끓는 철판 위에서 일하는 조선업계 근로자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높은 야근·특근 수당을 기대하며 온몸으로 우리 조선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는데, 주 52시간 근로제 이후 월급이 30%씩 급감하니 더이상 여기서 일할 가치가 없어진 거지요.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이제 조선업 호황이 왔다는데,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기능인력 이탈로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계는 인프라 붕괴 위기를 맞은 상황입니다.”

최금식(사진)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BMEA) 이사장은 1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조선사는 수주 목표를 상반기에 조기 달성한 것과 달리 중소 조선사의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담담하게 조선기자재업계가 처한 현실을 풀어놨지만 최 이사장의 말에는 절박함과 절실함이 배어 있었다. 최 이사장은 “지금이 가장 힘든 마지막 보릿고개지만 정부의 핵심 정책 지원만 있다면 조선기자재업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주 52시간 근로제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호황기 때는 최대 21만 명에 달했던 조선업 인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13년 동안 장기 불황을 겪으며 9만 명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 기간을 버텨내려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하느라 업체들의 체력이 고갈된 가운데, 주 52시간제는 인력난을 심화시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추가 근무를 할 수 없는 기술 인력은 주로 지방에 있는 조선업 일자리를 떠나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겹치면서 알짜 중견기업부터 힘이 남아있을 때 오히려 문을 닫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유입도 막힌 가운데, 새 일감이 들어와도 일할 사람이 없어 수주량을 줄인 영세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조선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어렵게 찾아온 조선업 호황 속에서 중소 업체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단속을 비롯한 규제를 한시적으로라도 유예해줬으면 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선박 원가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단기간 80% 급등으로 조선사와 가자재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이미 생존형 초저가로 수주한 일감이 많아 원자재 가격 급등은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며 "철강 회사부터 대형 조선사와 기자재업체에 이르기까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적정 가격 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당면한 위기를 해소할 방안으로 특별연장근로제 확대와 특례보증제와 같은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지방의 조선 기술 인력이 수도권 배달 기사로 이탈하는 현실만은 막아야 한다"며 "노사 합의를 통한 월 단위 추가연장근로제, 탄력근로제 도입 확대 등 수주 랠리에 대응한 현실적인 주 52시간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장기 불황에 악화된 기자재업계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상생협력 특례보증제 확대를 우선순위에 뒀다. 현대자동차와 자동차부품사가 4,200억 원 규모로 기술보증기금과 맺은 '자동차산업 상생 협약보증'처럼 조선업계에도 대규모 특례보증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현재 조합의 제안으로 부산시와 경상남도, BNK금융, 대우조선해양이 700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시행하고 있지만, 수주 물량이 내려올 때까지 생존을 위한 기자재업계에 추가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 조선사를 위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박 건조 단계별로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데, 현재로서는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중소 조선사는 활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기존 특례보증 기준을 특수한 조선업에 적용하니 RG에 해당하는 중소 조선사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조선업 전문 RG 지원 펀드를 조성해 조선업 생태계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번 수주 호황기에서 친환경·스마트·자율주행 선박 등 신규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를 위해 과거보다 글로벌 경쟁을 위한 대·중·소 조선업체 간 상생 협력을 역설했다. 그는 "정부, 조선사, 해운사, 기자재업체, 금융사 등 조선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한국형 선주사 설립, 국제 표준 개발을 위한 연구기관 마련 등 당면 과제와 함께 중장기적 전략을 세워야 대한민국 조선업이 다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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