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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 "배우자 건강이 내 건강…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

'국내 최고 법의학자' 유성호 서울대 교수 용인시 특강

'OECD 1위 자살률' 불명예는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던 대가

현재 주어진 내일에 최선 다하고

배우자·이웃 따뜻이 바라보는 게

품위 있고 품격 있게 살아가는 것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서울경제DB




“인간은 외로운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옆에 있는 우리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이웃이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로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유성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9일 용인시가 개최한 온라인 특강 ‘레인보우 아카데미’에서 “내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행동할까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 교수는 20년 넘게 수천 구의 시신을 부검한 국내 법의학의 권위자다. 특히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변사 사건들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제시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하며 경찰과 검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법의학자가 바라본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그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한 것은 몇 가지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노인과 젊은 여성의 높은 자살률, 극심한 경쟁과 양극화된 사회, 개인주의, 매스미디어의 영향, 동반 자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유 교수는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가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온 데서 나타난 부작용들”이라며 “이제는 삶의 의미와 존재로서 어떻게 살고 사유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기대여명 증가에 따른 비(非)건강 또는 불(不)건강한 삶이다. 교통 인프라 등 주변 환경이 발전하면서 안전사고 비율이 크게 줄었고 저렴하고 발달한 의료 시스템으로 오래 살게는 됐지만 노후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비건강 또는 불건강으로 마지막 10년 정도를 지내게 된다”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식사도 못하며 용변도 보지 못한다면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유 교수는 나이 듦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나이 들면서 금연, 규칙적 운동, 주치의 구하기 등을 하게 되면 좀 더 보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지겹게 듣는 얘기지만 그것이 진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배우자와 이웃 등 기댈 곳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유 교수는 “배우자의 건강이 내 건강”이라며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신의 건강에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잘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유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따뜻한 가슴’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은 외로운 존재로 태어난 필멸의 존재”라며 “허무하다 생각하지 말고 같이 옆에서 우리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삶의 의미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인 만큼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며 “현재 주어진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 옆에서 따뜻하게 손잡아 주는 이웃이나 사람들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유 교수가 말하는 ‘품위 있고 품격 있게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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