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마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다시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아를 비롯해 한국GM, 르노삼성차 노사가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재개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기아 노조는 전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73.9%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언제든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올해도 반도체 부족 사태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미래차에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3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한 데 반해 기아는 지난해에도 4주간 부분파업을 벌여 기본급 동결과 경영 성과금 150%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받아내다. 당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는 4만7,000여대에 달했다.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한국GM은 교섭을 원점에서 다시 진행해야 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2일 14차 교섭에서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부평2공장 생산연장 등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조합원 51.15%가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인천 부평2공장의 기존 차종 생산 일정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노조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조는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고 사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하기로 했으며 교섭 결과에 따라 투쟁 지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는 본교섭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앞서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미래차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등 사측에 부담스러운 요구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르노삼성차가 올해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겪고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아는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0.8% 줄어드는데 그치며 선방했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각각 12.5%, 49.0% 급감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대로 추락했고 수입차에도 판매량을 추월당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권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는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생산차질과 판매량 감소로 어려운 데 파업 리스크까지 걱정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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