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회복자금으로는 어림도 없고 대출은 가득 차 한계에 달했습니다. 대기업 쇼핑몰, 백화점과 종교 시설은 확진자가 나와도 그냥 두면서 도대체 왜 자영업자만 죽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은 건 폐업뿐인데 이마저도 어려워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정부가 20일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고 식당·카페의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 단축한다고 발표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절망과 분노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1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이미 2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모두 날린 셈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하루 500만 원에 달했던 이 씨의 호프집 매출은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자 200만 원으로 줄었고, 2인 제한 조치 이후에는 100만 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2인 제한 조치 때까지는 허탈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분개하고 있다”면서 “낮 장사를 잠깐 하라고 열어주는데 차라리 집합 제한보다 집합 금지하고 보상을 받는 게 나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은 음식점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어떤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짧고 굵게 끝내자던 정부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행성도 아닌데 매장 면적·특성 등을 무시한 인원 제한과 시간제한으로 소상공인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매장 영업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한 것은 이들 시설이 집단감염의 3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감염이 다수 발발하는 시설은 식당, 카페, 실내 체육 시설, 노래연습장, 사우나, 학원 등이 있지만 이 중 식당과 카페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이고 해당 업종의 특성상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게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백신 공급 실책을 왜 자신들에게 전가하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간다는데 왜 정부가 백신 구하지 못한 것을 자영업자가 대신 계속 피해 봐야 하는지 화가 난다”며 “1년 반 넘게 계속해서 정부에 배신을 당하니 소상공인들은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 상태”라고 말했다.
거리 두기 조치가 연장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빚으로도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보람 버팀목비대위 부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도 중단되고 마이너스통장도 줄인다고 하는데 대출이 막히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꼼짝없이 사금융권으로 가거나 터무니없는 조건의 대출을 써야 할 판”이라며 “공포 영화보다 무서운 현실이 닥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인 자영업자 비대위 대변인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나마도 60~70대가 대다수여서 영업에 보탬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자영업자에게 선심 쓰듯 백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오히려 모욕감을 느낀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다 못한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방역 지침 근거를 요구하며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대정부 규탄 차량 시위까지 검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자영업자 비대위는 7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도심에서 차량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자영업자 비대위 관계자는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및 21시 영업 제한, 비수도권 3단계 조치를 강행할 경우 대정부 투쟁 차원에서 비대위 지부장 중심으로 전국 단위 정부 규탄 차량 시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거리 두기 단계 조정과 손실보상 기준 선정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특단의 대책을 긴급하게 수립해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다시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가 하루 2,500명 이상 지속해서 쏟아질 경우 현 의료 체계로 대응이 곤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병상 등 의료 대응 여력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아직까지는 여력이 있다”며 “다만 하루에 2,500명 이상의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 의료 대응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방역 수칙 이행력을 키우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을 추후 관리할 수 있도록 ‘이행점검단’을 신설한다. 전담 조직을 만들고 실적을 관리해 방역 수칙 위반 사례에 대해 고발·행정처분, 구상권 청구 등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방역 수칙을 위반한 개인에게 부과하는 과태료가 10만 원에 불과해 이행력과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과태료를 인상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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