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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탈레반, 소수 민족 민간인 9명 고문·학살"

지난달 시아파 하자라족 희생…"탈레반 통치의 소름 끼치는 지표"

탈레반, 최근 중부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석상도 파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19일(현지시간) 탈레반 기를 꽂은 차를 타고 수도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수 민족 민간인을 고문하고 학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BBC뉴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0일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동부 가즈니주에서 이같은 만행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앰네스티는 최근 주민 인터뷰와 사진 증거 조사 등을 통해 탈레반이 지난달 초 가즈니주에서 하자라족 민간인 9명을 살해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당시 탈레반과 정부군 간의 전투가 격화하자 산으로 도망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문다라크트 마을로 돌아왔는데, 약탈을 끝낸 탈레반이 기다리고 있었다. 탈레반은 이들 주민 6명의 머리에 총을 쏴 숨지게 했고 나머지 3명은 잔인하게 고문한 끝에 살해했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왜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려하느냐는 질문에 탈레반은 "전쟁 중일 때는 모두 죽는다. 총을 가졌든 안 가졌든 상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가혹한 방식으로 사회를 통치했던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을 약속했다. 강압적인 통치를 우려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과거와 다른 부드러운 이미지를 과시한 것이다.



18일 인도 ANI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고 관련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탈레반의 '변화 선언'에 앰네스티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앰네스티는 이번 하자라족 사건은 탈레반 통치가 보여줄 '소름 끼치는 지표'라고 전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최근 중부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도 파괴했다. 마자리가 몸담은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9%)로 많지만, 아프간 주통치 세력인 파슈툰족(42%)에 의해 줄곧 탄압받아왔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파슈툰족 등 다른 종족과 달리 하자라족은 시아파였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세력 기반은 파슈툰족이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 때 하자라족을 대규모로 학살했고 고향에서 내쫓기도 했다. 수만 명이 산중 은신처로 쫓겨갔다. 탈레반은 특히 2001년 초에는 바미안주에서 1,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석불 2기를 파괴해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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