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삼성이 내놓은 파격적인 투자안을 두고 ‘삼성 배터리’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앞으로 3년간 해외투자에 6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이 중 일부분은 배터리 신규 공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미국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조만간 현지 생산 라인 구축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 배터리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CATL과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에너지 총량 기준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29.9%), 2위는 LG에너지솔루션(24.5%), 3위는 파나소닉(15.0%)이다. 삼성SDI는 5.2%로 5위 수준에 그친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과 달리 미국에 셀 공장을 두고 있지 않다. LG와 SK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동안 삼성은 유럽 투자에 집중했으며 그마저도 괄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삼성SDI가 완성차 브랜드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거나 독자적인 공장 신설을 통해 미국 진출을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재필 유니스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배터리 업체들은 독자적인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소수의 업체끼리 경쟁하는 반도체 산업과 달리 배터리 시장은 조금 더 많은 업체들이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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