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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네이버와 언론, 공생할 수 있을까

[이연선 디지털편집부장]

실시간 검색어 폐지했지만

트래픽 중심 경쟁 못벗어나

'심층기획' 신설 미봉책일뿐

한계 인정하고 협의 나서야

한성숙(오른쪽)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2019년 10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가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의 뉴스 서비스에 ‘심층기획’이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언론사가 ‘주요뉴스’ 6개만 보여주던 페이지에 ‘심층기획’ 기사 4개를 추가하도록 덧댄 것이다. ‘심층기획’에는 각 언론사가 공들인 고품질의 기사들이 노출된다. 그렇다. 이상하게도 ‘주요뉴스’와 ‘심층기획’은 기준이 다르다.

네이버의 이번 개편은 미봉책이다. 현재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공급하는 ‘주요뉴스’는 속보와 화제성 뉴스가 주를 이룬다. 더 많은 구독자, 더 많은 클릭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2월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면서 소모적인 경쟁이 상당 부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은 여전히 트래픽 중심의 편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주요뉴스’ 이용자의 60%가 새로 만든 ‘심층기획’을 열어본다고 말하지만 언론사들의 체감온도와는 많이 다르다. 이미 네이버 뉴스는 기울어지게 설계된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네이버가 고품질 기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사실 포털의 뉴스 편집권은 하루 이틀 된 이슈가 아니다. 포털의 뉴스 선택 기준과 배열 방식은 실제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의 기사 소비량과 직결돼 심각한 파열음을 내왔다. 특히 2015년부터 도입된 알고리즘을 활용한 뉴스 편집을 놓고 지루한 핑퐁 게임을 이어왔다. 포털 측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편집했다며 책임을 피했고, 언론계는 ‘인간이 설계하는’ 인공지능의 편집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월 정치권이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느 때보다 뉴스 추천 알고리즘 공개에 대해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아예 뺏겠다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선거를 앞두고 포털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치권의 검은 속내가 빤하지만 포털이 외면해온 해묵은 과제가 드러난 측면도 있다.



분위기 탓인지 네이버는 최근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세한 글을 올렸다. 많이 클릭한 기사가 추천될 확률이 높고, 여러 언론사가 함께 다루는 주제를 잘 보이게 편집한다는 요지였다. 기획 심층 기사는 추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고백도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심층기획’ 코너는 기사의 홍수 속에 떠내려가는 고품질 기사를 건져 올린 구명보트인 셈이다.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네이버는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안에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2018년 1차 검토위원회에서 “뉴스 알고리즘에 관리자 개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지 정확히 3년 만이다. 이번엔 진일보한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해도 될까.

네이버에는 매일 2만 5,000건의 뉴스가 뜬다. 하루 평균 1,300만 명의 독자가 방문한다. 이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뉴스를 배열하고, 이용자들은 그 지도를 따라 뉴스를 소비한다. 댓글과 공유로 거대한 공론의 장이 형성된다. 네이버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언론사와 뉴스 독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이슈를 정치적 탄압이라며 억울해만 할 일은 아니다. 물론 정치적 편향성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 갈등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은 포털이 조성한 뉴스 환경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뉴스 편집권에 대한 논의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인간 편집자가 존재할 수 없듯, 완벽한 인공지능 편집자도 없다. ‘기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논의를 피하는 것 또한 책임 회피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은 업종과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언론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환골탈태해야만 살아남는 현실 앞에서 포털과 언론은 공생의 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갈 길이 먼데 언론의 자유를 막는 퇴행적인 규제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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