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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소생태계'에 18兆…현대차는 수소차 年 50만대 생산시설 구축

['글로벌 수소경제 표준' 이끄는 한국]

■대규모 투자 서두르는 기업들

효성, 세계최대 액화수소공장 추진

현대오일뱅크, 충전 인프라 확장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 개발 속도

2030년 글로벌 투자 규모 582조

내달 출범 수소협의체 시너지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앞줄 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수소 지게차를 관람하고 있고(위쪽 사진), 정의선(앞줄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10일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아래 사진). /사진 제공=현대차


‘오는 2030년 전 세계 수소 사업 투자 규모는 5,000억 달러(약 582조 원)에 달할 것이다.’

글로벌 수소 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와 맥킨지가 이달 초 발간한 ‘수소인사이트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수소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는 359건으로 지난 2월 131건에 비해 불과 5개월 만에 3배가량 증가했다. 수소위원회는 이들 프로젝트를 근거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소 사업 투자 규모가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시계가 빨라지고 자국 중심의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강국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수소차 등 수소의 활용 분야를 넘어 생산·저장·유통까지 수소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화수소 설비·충전소 구축 속도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소 사업은 생산과 저장 등 수소 인프라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표적인 곳이 SK그룹이다. SK그룹은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 설비를 건설해 수도권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친환경 ‘블루수소’ 대량생산 체제도 가동한다. 블루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가리킨다. SK그룹은 향후 5년간 18조 원을 수소 생태계 조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GS칼텍스도 최근 한국가스공사와 손잡고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액화수소 플랜트 및 충전소 구축 등을 통해 수소의 생산과 유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효성그룹과 린데그룹도 울산에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에 착수했다. 두 기업의 합작법인인 ‘린데하이드로젠’은 2023년까지 연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액화수소란 기체 상태의 수소를 극저온(-253도) 상태로 냉각해 액체화한 수소를 가리킨다. 고압의 기체수소와 비교해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 수소차 증가 등 수소의 활용 분야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안정성 있는 수소를 대량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수소사회를 앞당기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2030년 탄소 중립 성장 달성과 함께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 ‘에브리 스텝 포 H2(Every Step for H2)’를 발표했다. 3월에는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기체 분리막을 활용한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실증 설비를 여수 1공장에 설치했다.

수소충전소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수소충전소 점유율 1위인 효성은 2019년 9월 국회에 서울시 첫 상업용 수소충전소를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정부세종청사 내 첫 수소충전소를 세웠다. 울산 액화수소 공장과 연계해 수소의 생산과 유통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2030년까지 180여 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 소재 산업에도 ‘베팅’

수소를 생산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소재는 수소 산업에서도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분류된다. 효성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1조 원을 투자, 전주 탄소섬유 공장의 규모를 확대해 연간 탄소섬유 생산량을 2만 4,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안에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 활용 분야에서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7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연 50만 대의 수소차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음 달 초에는 국내외에 수소사회 비전을 제시하는 ‘하이드로젠 웨이브’도 개최한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울산과 인천에 수소차의 엔진 격인 수소연료전지 공장 구축 계획을 발표한 것도 수소차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탄소 중립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포스코도 수소 환원 제철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각 기업의 강점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그 결과물이 다음 달 8일 공식 출범하는 수소기업협의체다.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열리는 ‘H2비즈니스서밋’을 통해 출범을 공식화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10대 그룹의 오너가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김창희 박사는 “최근 우리 기업이 수소의 생산과 저장 등 인프라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수전해 등 그린수소 분야 원천 기술에는 취약한 만큼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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