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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양 "美서 대박 난 '김치 시즈닝' 전세계 부엌 찬장에 넣고 싶어요"

[이사람]K푸드 성공 신화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

필리핀 어학연수때 한식 만능소스 구상

무작정 美로 건너가 K푸드 가능성 확인

3년 넘는 연구 끝에 김치 맛 양념 개발

출시 7개월 만에 아마존 판매 1위 달성

中·日·두바이·獨 등 10여개국에 수출도

발효 맛 한번 길들면 벗어나기 힘들어

김치·고추장 이어 쌈장·간장 도전 계획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푸드컬쳐랩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권욱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할 때 지인이 사진 한 장을 보내줬습니다. 휴지 같은 것을 사재기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사이에 ‘김치 시즈닝’이 함께 있었죠.”

출시 7개월 만에 일본 ‘시치미’를 제치고 미국 아마존의 칠리 파우더 부문 판매 1위에 오른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은 어느 순간 사재기할 때 필요한 품목이 될 정도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 제품이 됐다.

‘김치 시즈닝’으로 K푸드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안태양(사진) 푸드컬쳐랩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해외 수출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이지만 평균 3시간밖에 자지 못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지친 기색 없이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욱 기자


안 대표는 지난 2017년 푸드컬쳐랩을 설립하고 지난해 4월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김치 시즈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양념 소스 중 최초로 비건 인증을 받고 180억 마리의 유산균을 첨가한 ‘김치 시즈닝’은 출시 직후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일본·중국·싱가포르·독일·네덜란드·오만·두바이·러시아 등 수출 계약이 완료된 국가만도 13곳이 넘는다. 여기에 푸드컬쳐랩은 올 5월 현미 고추장을 주원료로 한 ‘서울시스터즈 고추장 핫소스’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미국인들이 그렇게 열광한다는 ‘김치 시즈닝’을 안 대표는 어쩌다가 만들게 된 것일까. 그 답은 2008년 필리핀 어학연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에서 여러 외국 친구들에게 한식을 만들어주고 떡볶이 장사까지 해본 안 대표는 “한식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에게 지속 가능성이란 언제 어디서나 활용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비 올 때는 파전을 먹고, 생일 때는 어머니가 잡채를 해줬다’같이 한식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라면 외국 친구들은 오랫동안 그 음식을 기억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해먹기에는 한식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김치는 냉장고에서 국물이 흐르거나 쉬기 일쑤였고 고추장은 1년씩 방치되고 숟가락으로 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베트남 사람이 아닌 안 대표는 ‘스리라차(베트남식 칠리소스)’를 한 달에 하나씩 구매하고 있었다. 스리라차는 오랜 타지 생활을 하는 안 대표가 쉽게 요리할 수 있게 해주는 만능 소스였다. 그때 안 대표는 깨달았다. “한국 음식의 특징을 살린 만능 소스를 만들고 싶다.”

사실 그때부터 ‘김치 시즈닝’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K푸드를 대중화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막연함뿐이었다.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실제 미국 가정집을 일주일 단위로 살아보기로 했다. 각 가정에는 무슨 소스가 있는지 살펴보고 근처 월마트나 홀푸드마켓 등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조리해 먹으면서 그 나라의 식생활을 이해하려 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뿐 아니라 일본·유럽 등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그는 ‘신맛’에 주목하게 됐다. 외국 사람들이 먹는 각종 소스를 먹어보니 유독 신맛이 강했다. 왜 그럴까. 안 대표는 “음식에서 신맛은 ‘에피타이징(식욕을 돋우는)’에 중요하다”며 “그 신맛을 외국 사람들은 소스에서 찾는데 한국인들은 김치를 먹기 때문에 한국 소스에서 신맛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K푸드도 등장하고 있었다. 안 대표는 “저조차도 한국 음식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니 김치 주스, 김치 과자, 김치 가루, 묽은 고추장 등 현지인이나 재미 교포들이 만든 K푸드가 폭발적으로 많아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마존·월마트·홀푸드마켓 등이 K푸드와 관련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소스 시장이 정말 커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미국에서 김치 유산균 열풍이 불었던 것도 한몫했다. 서양 사람들이 주식으로 하는 밀가루에는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있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복통이나 만성피로를 유발하는 글루텐을 분해하는 데 김치 유산균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뉴욕 사람들이 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홀푸드마켓에서 매년 나오는 리포트를 보면 김치 유산균이 늘 상위 10위 안에서 언급되더라”며 “제품에 유산균을 많이 넣는다면 물류나 창고 비용 등으로 소비자가격이 2배 비싸도 고객들이 구매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보지 않아도, K드라마나 K팝을 몰라도 알 수 있는, 누가 들어도 건강한 느낌을 받고 신맛까지 낼 수 있는 ‘김치 시즈닝’에 도전하기로 한 안 대표. 하지만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기까지 또 다른 역경이 그를 기다렸다. 세계적 트렌드가 된 ‘비건’에 맞춰 ‘김치 시즈닝’의 유산균을 100% 식물성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전 세계에 식물성 유산균을 만드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10여 년 전 비건 김치로 식물성 유산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던 박용하 영남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샘플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섬세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24개나 되는 샘플을 만들었고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전 세계를 뒤흔든 ‘김치 시즈닝’이 탄생했지만 안 대표는 포기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김치 시즈닝이 성공하겠어? 안 될 거야’라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한두 달도 아니고 3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으니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도 말하더군요.”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출 계획에 차질까지 빚고 있다. 수출을 위해서는 각국의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식약처 자체가 셧다운을 해버리니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항구가 다 막혀서 값비싼 비행기로 제품을 보내야 했다. 안 대표는 “이번에는 폴란드에 제품을 보내야 하는데 배가 없다”며 “이미 제품은 선착장에 가 있는데 배에 자리가 나길 한 달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고난 앞에서 친동생이자 오랜 동업자인 안찬양 이사가 큰 힘이 됐다. 현재 푸드컬쳐랩은 안 대표와 안 이사 두 명이 전 직원이다. 안 대표는 “다음 달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극한인 상황에서도 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버티겠다고 했다”며 “필리핀에 있을 때부터 ‘언니는 될 거야’라며 이유 없이 믿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생이 없었으면 푸드컬쳐랩은 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김치 시즈닝’과 ‘고추장 핫소스’를 이을 다음 제품으로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까. 안 대표는 “발효의 맛에 한 번 길들여지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치와 고추장에 이어 그는 또 다른 발효 식품인 쌈장과 간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안 대표는 간장에 욕심을 보였다. “필리핀에서 살 때 매년 호주에 갔는데 한국이나 일본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골분들도 ‘깃코만(일본 간장)’은 다 알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진짜 한국 간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전 세계 모든 부엌 찬장에 우리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바로 국위 선양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김치 시즈닝’이나 ‘고추장 핫소스’와 잘 어울리는 ‘꿀조합’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김치 시즈닝’은 곱창, ‘고추장 핫소스’는 삼겹살이나 차돌박이와 잘 맞는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의외의 조합을 추천했다. “‘김치 시즈닝’은 카레와, ‘고추장 핫소스’는 핫도그와 함께 즐겨 먹습니다.”

◇She is △1985년 경기도 수원 △2004 부천 심원고 졸업 △2004년 서울여대 입학 △2008년 필리핀 어학연수 △2010년 필리핀 서울시스터즈 떡볶이 사업 창업 △2012년 GNP트레이딩 신사업 개발본부장 △2017년 푸드컬쳐랩 창업 △2020년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 출시 △2021년 ‘서울시스터즈 고추장 핫소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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