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탈레반은 받아들이지 않아요. 사람들이 당신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마음 속에 다른 그림을 그리면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2일 로이터통신·가디언에 따르면 TV스튜디오에서 탈레반 간부를 최초로 인터뷰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뒤 해외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23)는 전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성 인권 탄압의 대명사로 불리던 탈레반은 재집권 이틀 뒤인 지난달 17일 미디어팀 소속 간부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를 톨로뉴스 스튜디오로 보내 아르간드와 인터뷰하도록 했다. 당시 방송에서 아르간드는 헤마드에게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의 상황에 관해 물었고, 헤마드는 "아프간의 진정한 통치자가 탈레반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톨로뉴스 경영진은 "톨로뉴스와 탈레반이 역사를 다시 썼다. 2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 할 일"이라고 자평했고, 세계 언론이 탈레반의 '변화'가 진짜일지 주목했다. 아르간드 역시 이 인터뷰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4일 파키스탄의 여성운동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도움을 받아 카타르 도하로 탈출했다. 말랄라는 2012년 하굣길에 탈레반 대원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가 영국에서 치료를 받고 겨우 회복했다. 그는 살해 위협에 굴하지 않고 여성과 어린이 교육권에 앞장선 공로로 2014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아르간드는 도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레반은 톨로뉴스 경영진에 여성 직원은 모두 히잡을 쓰게 하고, 여성 앵커들을 일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레반은 언론사에 그들의 인수와 통치에 대한 보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간단한 질문조차 못 하는 상황에 어떻게 언론인 역할을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아르간드는 "탈레반이 언론의 자유를 주고, 여성들이 교육받고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많은 동료가 탈출했다"며 "전에 인터뷰했던 말랄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말랄라는 가족과 함께 도하로 탈출하도록 도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TV스튜디오에서 탈레반 간부 인터뷰 당시 머리카락과 몸을 제대로 가렸는지 살피며 매우 긴장했던 당시의 상황도 떠올렸다. 아르간드는 "그들(탈레반)이 방송국에 온 걸 보고 충격받았다. 자제력을 잃었었다"며 "머리카락을 확실히 가리고, 신체 다른 부위가 드러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뒤에 인터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하행 비행기에 앉아 있는 동안 '이제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되뇌었다"며 "조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의 반대에도 택한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르간드는 전날 도하의 난민센터에서 외교관들과 만나 "국제사회에 말하고 싶다. 제발 아프간 여성을 위해 무엇이든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은 탈레반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이슬람은 우리에게 권리를 줬는데, 탈레반은 왜 권리를 빼앗는 것일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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