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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방법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美 50개 주 절반, 실직수당 거부

'근로의욕 낮춰 경기회복 역효과'

보수주의 위정자의 잘못된 믿음

주민들에 이득 없는 고통만 강요

폴 크루그먼




시곗바늘이 오전 10시를 향해 움직이던 지난 금요일, 많은 고용 문제 전문가들은 출발선 앞에 선 단거리 주자들처럼 잔뜩 긴장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날은 연방노동통계청의 월간 고용 보고서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 담긴 각 주별 고용과 실직에 관한 자료를 보고 싶어 했다.

이번 고용 보고서는 이전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 지난 6월, 전국 50개 주 가운데 거의 절반이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추가 실직 수당을 거부하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제공하는 실직 수당을 주 정부가 마다한 것이다. 워싱턴의 지원금이 실직한 해당 주의 주민들은 물론 주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이를 받지 않겠다고 주 정부가 손사래를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연방정부의 지원을 거부하는 데 동원된 주된 이유는 후한 추가 실직 수당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에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추가 실직 수당 수령을 거부한 주들이 그렇지 않은 주에 비해 빠른 고용 성장을 보였는지 확인하기를 원했다. 금요일의 월간 고용 보고서가 이 같은 주장의 진위를 잴 가늠자가 된 셈이다.

결과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통계 잡음’을 털어내기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관성 있는 패턴을 잡아낼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후 실직 수당 액수는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처음에는 전혀 지급되지 않다가 주당 600달러로 뛰어오르더니 시효 만료로 다시 제로로 돌아섰고 결국 주당 300달러로 재조정됐다. 이처럼 큰 진폭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 보인다. 예를 들어 피터 개농이 상세한 개별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진과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 실업수당이 실직자들의 재취업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대단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추가 실업수당을 거부한 주의 취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이 대두된다. 첫째, 추가 실업수당이 고용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 추가 실업수당 거부가 고용 회복에 득이 된다는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주 가운데 절반이 서둘러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가 뭘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가운데 하나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육아 시설 부족 등 근로자들의 일터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복수의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일부 근로자들은 팬데믹 이전에 자신이 했던 일이 너무 지겨워 복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연방정부의 지원이 끊기기 전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현재 그들이 받고 있는 추가 근로 수당보다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새 일자리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장악 중인 레드 스테이트 주지사들과 주 의회가 직장을 잃은 주민들에게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긴급 실업수당을 수령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한 아이디어라고 확신한 이유가 무엇일까.

보수주의자들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굳게 믿는 듯 보인다. 근로 의욕이 크게 떨어지면 저소득층에 속한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 지원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이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미국은 “웰페어 국가”로 떨어진다는 논리이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불러오는 근로 의욕 저하는 우파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지만 이런 사실은 폭넓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센티브가 별 것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은퇴 연령은 조기 은퇴 이후 그들이 받는 연금이나 소셜시큐리티가 얼마인지에 따라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재정적으로 조기 은퇴를 하기 쉬운 프랑스의 경우 미국에 비해 나이든 성인들의 취업률이 낮다. 반면 프랑스·덴마크와 같은 웰페어 국가의 경우 한창 일할 연령대인 중장년층의 취업률이 미국보다 높게 나온다.

그렇다면 소셜 프로그램이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아마도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베니핏(복지) 축소이고 인센티브 영향을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모른다.

사실 텍사스·플로리다와 조지아 등 거대 주를 포함해 실직 수당 혜택을 잘라낸 많은 주들은 버락 오바마의 의료보험을 통한 메디케어 확대도 원하지 않았다. 연방정부의 돈으로 지방 주민들을 지원하고 결과적으로 각 주의 경제에 도움을 제공하게 될 메디케어 확대에 반대한 것이다. 실업수당과 달리 메디케어는 취업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국의 수많은 주들이 메디케이드 확대를 거부한 일관된 설명을 구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 정치인들이 경기 부양은 물론 빈민 혹은 빈민에 근접한 저소득자들에 대한 지원을 지극히 꺼린다는 사실이다.

추가 실업수당 차단이 얻는 것 없이 고통만 강요한다는 증거는 또 있다. 아린드라지트 듀브 교수와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서 추가 실업수당이 끊긴 근로자 여덟 명당 한 명만이 취업을 하지만 이들의 소득은 긴급 수당을 포함한 전체 실업수당의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뿌리친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일말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 그곳의 주민들이 받는 고통은 실수가 아닌 위정자들의 고의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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