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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아직도 불분명한 기본소득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국민 대상 기본소득 주장하며

목적·기존복지와 관계 불확실땐

토론·사회합의 도출 불가능할것





기본소득은 ‘좌파 전용 어젠다’일까. 기본소득 실험을 했던 나라를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핀란드의 경우가 그렇다.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을 실험했던 당시의 국내 경제 상황은 매우 나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경제가 좋지 않으면 세수가 줄 수밖에 없고 실업자는 늘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럴 경우 정부는 이른 시간 내에 실업자 수를 줄이고 어떻게 해서든 실업수당 지출을 축소하려 한다. 당시 핀란드 정부도 이런 목적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업급여보다 적은 금액인 월 75만 원 정도를 약 2년간 지급했는데 해당 실험에 선발된 이들은 기본소득을 받는 대신 실업급여를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기본소득은 계속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재정적 안정을 위해 구직활동을 보다 활발히 할 것이고 또 과거의 직장보다 월급이 적은 일터라도 과감히 선택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그런데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실험 당시 핀란드 정부는 중도 우파였는데 우파가 이런 실험을 한 것은 복지로 나가는 재정을 줄이고 대신 취업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파의 경제철학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실험적’ 사례 외에도 알래스카가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석유 등에서 얻은 소득으로 조성한 ‘알래스카영구기금’에서 1년에 약 230만 원 정도를 주민들에게 지불한다.

이런 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첫째, 우리의 경우 알래스카처럼 주 정부의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재정 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기본소득 실시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1년간 기본소득 ‘실험’을 했는데 실험의 목적은 취업·재교육·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이 실험도 결국 중단됐지만 기본소득 도입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기본소득을 ‘실험적’으로 실시했던 나라들도 실행 목적이 이렇게 분명한데 하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막연히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면 막대한 재정 지출에 따른 국가 재정 악화라는 부작용을 고려할 때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현존하는 복지를 병행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핀란드의 경우 기본소득을 받으면 기존의 실업급여를 주지 않았고 온타리오주도 기본소득 실험 대상자가 고용보험과 공적연금(CPP) 수혜자라면 여기서 받는 금액을 제한 나머지만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과 복지 혜택을 병행할 것인지, 다른 복지는 모두 없애고 기본소득만 지급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기존의 복지와 기본소득을 부분적으로 병행할 것인지, 그리고 만일 복지와의 부분적 병행을 선택한다면 어떤 복지 제도를 폐지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도, 사회적 합의 도출도 불가능하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그에 따른 합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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