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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싹 틔운 시리즈A에도 300억 뭉칫돈…스타트업 '투자 판' 커졌다

■스타트업 초기투자 100억 시대

초·중기벤처 투자액 상반기 2.2조

시리즈 A·B도 200억~300억 유치

성공한 창업가 고급인력과 재창업

수년 걸릴 조직정비 수개월내 끝내

리스크 적어 기관들 수백억씩 베팅


지난 2011년 쿠팡이 200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을 당시 벤처 업계에서는 ‘몸값 거품’ 논란이 거셌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 적자에 고전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 200억 원의 뭉칫돈을 투자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





8일 e커머스 물류 스타트업 두손컴퍼니는 2011년 쿠팡과 같은 시리즈B 펀딩 단계에서 216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 물류 시장 성장 전망을 높게 평가한 네이버와 산업은행 등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시리즈B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금이 지나치게 많다거나 거품이라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창업하자마자 받는 시드(Seed) 단계부터 시리즈A·시리즈B 등 초기 투자까지 200억~300억 원 유치는 이제 예삿일이 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과거 큰 성공을 거둔 ‘스타 창업자’들과 고급 인력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초·중기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조 2,0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시리즈A 초기 단계 기업 투자 금액은 7,299억 원으로 32% 늘어났고 시리즈B 단계 수준인 중기 기업 투자는 153% 늘어난 1조 4,757억 원에 달했다. 스타트업 분석 기업 ‘더브이씨’의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시리즈A 평균 투자 금액은 55억 원으로 2016년 대비 2.6배 늘어났다.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만 해도 시리즈A 단계라고 하면 투자 유치 금액이 많아 봐야 50억 원 수준이 일반적이었다”면서 “최근에는 70억~100억 원 수준으로 초기 투자 유치를 하는 거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 뭉칫돈이 몰리는 것은 ‘사람’, 즉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신뢰와 기대 영향이 크다. 모바일 시대가 10년 이상 되면서 과거 창업에 성공했던 창업자와 창업 멤버들이 재창업에 나서는 일이 속속 많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미 한 번 성공한 창업가가 재창업하는 것에 일종의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한 고급 인력들이 대거 시장에 나와 창업을 하면서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스타 창업가나 테크 분야 최고 인재가 차린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리는 데는 신인 창업가가 수년 걸려 할 일이나 조직 정비를 수개월 안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세대 e커머스 티몬 공동창업자인 유한익 전 티몬 의장이 세운 커머스 스타트업 알엑스씨(RXC)는 창업과 동시에 2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유 전 의장의 풍부한 경험과 알엑스씨 창업팀의 역량을 시장에서 신뢰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팀원들은 카카오·네이버·29CM·스타일쉐어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

이와 비슷하게 신현성 티몬 창업자이자 전 의장이 세운 핀테크 스타트업 차이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말 시리즈B 단계에서 무려 700억 원의 자금을 받기도 했다. 창업한 지 1년도 안 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시리즈A 단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316억 원의 투자를 이달 초 마무리했다. 한 VC 관계자는 “업스테이지의 창업 인력은 국내 AI 분야 최정상급 인사들”이라며 “기술도 기술이지만 AI 분야 핵심 인물들이 모인 스타트업을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 창업 멤버들은 네이버·카카오의 AI 조직 출신이다. 창업자 김성훈 대표와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이버에서 AI 리더를 지냈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쿠팡·배달의민족·야놀자 등 과거 거품 논란이 컸던 기업들이 크게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1·2세대 성공 창업가나 우수 인력들이 다시 또 벤처 업계로 몰리고 있다”며 “시중 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투자처가 부족한 기관투자가 역시 이들 우수 인력이 창업한 기업에 수백억 원 규모 자금의 수혈에 선뜻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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