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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애국주의 강화 위해 역사 '만드는' 中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

김인희 편저, 동북아역사재단 펴냄

중국 산시성 바오지시에 염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염제는 신화 속 인물이나 중국 정부는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역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사진제공=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발단은 ‘톈안먼 사건’이었다. 중국 정부는 텐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외친 시민 항거의 원인을 역사허무주의와 민족허무주의에서 찾았다. 중국의 ‘고대사 만들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내놓은 신간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는 중국의 고대사 연구가 애국주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신화의 역사화 작업을 통해 자신들이 ‘세계 최고(崔古) 문명고국’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민족, 우월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국민들에게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텐안먼 사건이 중국 역사와 전통 문화를 부정하는 잘못된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애국주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대사 만들기에 돌입했다. 예를 들어 하상주(夏商周) 시대 중 가장 앞선 하(夏)나라가 기원전 2070년에서 기원전 1600년에 존재했다고 주장하며, 그보다 앞선 오제 시대까지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중화문명탐원공정에 돌입했다. 중화문명의 시원을 찾는 공정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가장 오래 된 문명 고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 즉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게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역사 프로젝트는 쉽게 성과를 냈다. 문헌 상의 기록과 유사한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되면 “누구의 도읍지” “누구의 출생지” 등으로 결론을 냈다. 문헌 기록과 실제 고고 유적 사이에 존재하는 수천 년의 시간적 거리는 문제되지 않았다. 문헌 기록에서 유리한 내용은 취하고 불리한 것은 무시했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고대 인물인 염제와 황제의 흔적이 중국 전역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한족과 다른 소수민족까지 모두 포함한 중화민국의 공통 조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유적 중 가장 늦은 것은 기원전 1,900년 경 청동기 유적이고, 가장 이른 건 기원전 5,500년 경 신석기 중기 유적이다.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역사 만들기 프로젝트에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찬 책임을 맡은 김인희 연구위원은 “현재의 필요에 의해 과거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에릭 홉스봄의 말을 인용해 그 의도를 설명한다. 중국이 “상상의 공동체인 중화민족을 발명하기 위해 다양한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푸른역사 펴냄)’에서 현대 중국 청년의 과잉 애국주의 문제를 치밀하게 분석하기도 했던 김 위원은 이 책에서 중국의 고대사 연구와 중국 정치권 동향의 관계성을 짚어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고대사 만들기는 중국이 오래 전부터 가장 위대했고 가장 선진적이었으며, 그렇기에 미래를 지배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의 이 같은 시도를 한국은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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