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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명에 도시봉쇄…中 ‘코로나 제로’ 고집에 경제 멍든다

상하이 여행객發 코로나 확산에 10여개 성·직할시서 지역 봉쇄

헝다 사태 등 경기둔화 가속화 와중에 국민 소비욕구마저 꺾어

코로자19가 발생한 중국 닝샤자치구 인촨시의 한 구역이 21일 봉쇄된 가운데 방역관계자들이 생필품을 배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대처를 둘러싼 중국의 딜레마가 악화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도시봉쇄를 불사하는 철통방어를 통한 ‘코로나 제로’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피로감으로 인한 소비감소 등 성장 둔화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이 대부분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중국만 ‘코로나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는 중이다.

22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국가위건위)에 따르면 전일 중국 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는 28명을 기록했다.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에서 11명, 간쑤성 9명, 산시성(섬서성) 3명, 닝샤회족자치구 2명, 베이징시 1명, 구이저우성 1명, 칭하이성 1명 등이다. 이외에 확진자와 별도로 집계하는 무증상감염자는 7명이었는데 윈난성 3명, 허베이성 2명, 구이저우성에서 2명 등이다. 국가위건위는 “델타 바이러스로 파악되는데 첫 감염원은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 둘을 합쳐서 35명에 불과하다. 한국 등 선진국에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적 상황을 돌아보면 문제가 다르다. 오히려 심각한 상황이다.

전날 5명의 확진자가 나온 간쑤성 성도의 란저우시는 감염자가 나온 지역을 봉쇄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 란저우 시민은 아예 다른 도시 여행도 어려워졌다. 관내 모든 관광지는 문을 닫았다. 학교들도 폐쇄하고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했다. 외부로 나가려는 사람들은 24시간 이내에 나온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사실상 도시가 봉쇄된 것이다. 란저우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한명이라도 발생한 다른 모든 도시도 비슷한 상태에 돌입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지난해 초 우한에서 시작된 이후 중국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역을 봉쇄하고 전수검사로서 확진자를 잡아내는 것이다. 지역민은 많게는 10여 차례의 핵산검사를 요구받는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의 부담이다. 계속되는 봉쇄와 검사에 국민들 개개인의 피로도는 말을 할 것도 없이 지역 경제가 올스톱 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간쑤성 란저우만 해도 과거 실크로드의 종착지였고 현재는 중국 정부가 역점으로 삼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육상 부문의 중요한 기점이다. 이런 도시가 코로나19 환자 몇명에 마비된 것이다.

란저우시 사태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지난 9일 상하이에서 출발한 7명의 패키지 여행객이 항공편으로 산시성 시안에 도착한 후 육로로 이웃 간쑤성과 네이멍구자치구, 산시성 등를 여행했다. 이들은 15일 시안으로 돌아왔는데 이 중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첫 환자가 17일 시안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도 줄줄이 감염된 것으로 판정났다.

이후 이들이 여행한 간쑤성의 자위관(가욕관) 등 관광지를 매개로 집단감염을 발생했다. 같은 시기에 해당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로, 겨우 닷새만에 베이징과 허베이성을 포함해 무려 10여개성·직할시·자치구에서 수백명의 관련 환자가 나왔다. 그동안 철통방어를 자랑하던 베이징시도 간쑤성에서 돌아온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들 주거지인 펑타이구 해당 지역이 봉쇄됐다.

소수의 패키지 여행객이 중국 경제를 뒤흔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에 장쑤성 난징과 후난성 장자제에서 퍼진 코로나19로 전국이 몸살을 앓은 것을 비롯해 이러한 사태가 빈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대규모로 재연된 것이다.

중국이 철통방어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3주 이상 지정시설에서 격리하고 그 이후에도 감시를 계속하면서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을 차단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강력한 지역봉쇄로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러는 가운데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공항과 항만의 부담을 점차 커졌다. 코로나 감염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공항·항만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마저 퇴근 후 곧바로 귀가시키지 않고 일정 정도 내부 격리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전체 필요한 인력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공급망 차질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중국 내부의 봉쇄와 함께 해외 교류가 크게 방해를 받으면서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부담도 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상외교 차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해 1월 미얀마를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는 해외에서 온 인사들도 만나지 않고 있다. 외교를 전화나 화상으로만 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외에 중국내 다른 주요 인사들도 이러한 제한은 마찬가지다.

국가간 경제인들의 교류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일부 특별한 허용을 빼고는 중국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3주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일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핵산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화연합뉴스


현재 중국 내외 관찰자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중국이 이런 마구잡이 봉쇄 강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다. 중국 국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선전으로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걱정을 갖고 있다. 정부는 올들어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쉽게 해소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봉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 올림픽 선수와 관계자도 버블식 방역에 포함시켜 중국 내부와 아예 차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내부의 지역봉쇄도 최근 상하이 여행객발 코로나 확산 대응방식으로 보면 앞으로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대책은. 그나마 최근에 중국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은 코로나19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수도 베이징에서부터 부스터샷을 독려하고 있다. 다만 이것도 효과는 불투명하다. 지난 20일 현재 중국내 백신 누적 접종량은 총 22억3,832만5,000회분이다. 산술적으로 나눌 경우 국민 11억1,900만명이 2회 접종을 완료했다는 것인데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79%다.

하지만 백신 접종 여하에 상관없이 중국내 코로나 발생에 대한 지역봉쇄 강도는 작년 초나 현재나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중국 호흡기질환 최고권위자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 등 관변 학자들은 “중국내 백신 접종률이 80% 이상이면 집단면역이 달성되고 국경 통제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중국 경제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쇼크’ 수준인 전년 동기 대비 4.9%에 그쳤다. 중국 정부는 올들어 1~3분기 누적 성장률이 작년동기 대비 9.8% 성장했다며 자위하고 있다. 다만 이는 작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기저효과 때문이 크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회복됐던 지난해 3분기는 4.9% 성장했는데 올해 3분기도 4.9% 성장한 것이다. 두 해 평균도 4.9%가 된다. 이는 중국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목표 성장률로 5.5~6%를 잡는 것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경기하강세가 계속되고 있어 올해 4분기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 우려, 전국으로 확산된 전력 대란, 전세계적인 공급망 장애, 국민들의 소비욕구 감소 등 악재가 거듭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완전 방역을 이유로 봉쇄망까지 조이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국경절 연휴였던 올해 10월 1~7일 중국 국내 관광객은 5억1,500만명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70.1%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5% 줄어들었다. 또 같은 기간 관광 매출은 3,890억6,100만 위안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59.9%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4.7% 줄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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