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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특산품 젓갈, 고려 난파선에 실리다 [문화재의 뒤안길]

[문화재의 뒤안길]마도 난파선 유물

해남에서 개경에 보내던 젓갈들

태안 마도3호선에서 출토된 죽찰에는 ‘전복젓갈(生鮑?)을 유승제에게 올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젓갈은 김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 음식으로,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기에 향토색이 잘 드러난다. 젓갈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이며, 통일신라 신문왕이 왕비를 맞을 때 폐백 품목 중 하나로 젓갈이 있었다. 통일신라의 궁궐터 연못인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간에도 가오리나 물고기류의 젓갈(魚助史)을 가리키는 글씨가 적혀 있어 당시 왕궁에서 젓갈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사’ ‘고려사절요’에는 국가 제사에서 제물로 술, 포(脯)와 함께 젓갈을 올렸다는 내용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판매 목적이나 조세(租稅)로 거둔 전라도의 각종 물품들이 서해안을 따라 배로 개경까지 운송됐다. 태안 마도에서 발견된 세 척의 고려 난파선에서 수십 점의 도기 항아리가 나왔다. 항아리 안에 담겼던 물질을 분석한 결과 벼·메밀·조 등의 곡물과 각종 젓갈이 있었다. 젓갈은 물품 내역과 수취인을 기록한 일종의 송장인 ‘목간’과 함께 발견됐는데, 분석 결과와 젓갈의 종류 및 수취인이 일치했다.



태안 마도1호선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도기 항아리 안에서 게 껍질이 발견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마도 난파선의 도기 항아리에 담겨 있던 젓갈로 게젓, 새우젓, 전복젓, 홍합젓, 고등어젓과 청어·밴댕이·전어·조기를 한데 담은 잡어(雜魚)젓도 있었다. 요즘도 먹는 젓갈들이다. 배에 실렸던 젓갈들은 각종 곡물, 식재료와 함께 전남 나주, 장흥, 해남, 여수, 전북 고창, 정읍에서 개경과 강화도에 보내졌다. 받는 사람은 당시 고려의 권력층이었다. 무신정권기 최고 권력자 중 하나였던 김준, 왕명 출납을 담당한 3품 고위직 관리인 승제 유천우, 정4품의 시랑 신윤화, 대장군 윤기화, 무관인 교위 윤방준 등의 수취인이 확인됐다.

마도 3호선에서 발견된 목간에는 지금의 해남인 ‘죽산현에서 개경에 있는 윤방준 댁에 게젓 한 항아리를 올린다’는 내용이 있어 해남이서 개경의 권력자에게 게젓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난파선에서 발견된 전라도의 젓갈은 예부터 지금까지 귀하게 대접받고 사랑받은 지역의 전통 음식문화가 잘 이어져왔음을 보여준다. /이명옥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물과학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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