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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코트 킬러' 감독 "유영철 사건은 韓 사회 들여다볼 균열"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 롭 식스미스 감독 인터뷰

고도성장 속 나타난 묻지마 살인

결국 한국사회 계급에 대한 문제

개인사 철저히 배제, 사건에 집중





10여 년 전 한국에서 벌어진 희대의 연쇄 살인사건을 외국 감독이 어떻게 알았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는 외부자의 시선에서 유영철 사건을 톺아본 보기 드문 작품이다. 영국의 베테랑 다큐멘터리 감독인 롭 식스미스는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비롯해 서울경찰청 지휘관, 과학수사대원, 일선 수사관 등의 이야기를 토대로 총 20명의 여성과 노약자를 죽인 유영철의 살인 행각을 차분하게 돌아본다. 유가족을 직접 만나 피해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고찰하는 시도도 인상적이다.



최근 화상을 통해 서울경제와 만난 식스미스 감독은 한 편의 한국영화를 계기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다. 작품에 흥미를 느낀 그는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에 큰 관심을 갖고 이후 유영철 사건을 “해부하듯 들여다봤다”고 한다. 그는 “보면 볼수록 이 사건이 사회 계급에 관한 문제임을 알게 됐고, 작품으로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유영철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를 처음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프로파일링 등 과학수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성매매 여성이 희생자였다는 점에서 소외 계층의 문제를 환기하기도 했다. 식스미스 감독은 “한국에서 처음 발생한 묻지마 범죄의 해결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다큐멘터리 제작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국은 전후 고도 성장으로 50년 간 경제 발전을 사회가 따라 잡아가는 과정을 거쳤다”며 “유영철은 그 시기에 나타난 격동의 범죄자”라고 진단했다.

유영철이 지난 2004년 검거 후 현장검증을 위해 서울 봉원사 계곡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작품에서는 특히 사건의 피해자였던 성매매 직업여성의 실상을 재조명하려는 감독의 시도가 돋보인다. 가족도 소재를 모를 정도로 철저히 소외되고, 유영철이 검거되기 전까지는 죽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못한 이들이다. 작품은 성매매 종사자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실상이 지금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반문한다. 감독은 “유영철이 사회를 향한 복수 성격으로 살인을 벌이다가 사회의 가장 약자로 타깃을 바꾼 점에 주목하고자 했다”며 “피해자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영철의 개인사는 철저히 배제해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인간적으로 접근할 소지를 없앴다. “잔인한 범죄 행위에 변명은 있을 수 없으며, 그의 극악함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다양한 장르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식스미스 감독은 범죄 다큐멘터리가 선정성 등을 이유로 우려의 시선을 받지만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사건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에는 조그만 크랙(crack·균열)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사건은 우리 안의 균열을 캐내어 사회를 들여다보게 하는 역할을 하죠. 그게 범죄 다큐멘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잘 꾸민 정원이라도 돌 하나만 들어내면 죽은 벌레 같은 숨은 장면들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레인코트 킬러’를 연출한 롭 식스미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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