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 변이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뚜렷한 ‘코로나 장세’가 펼쳐졌다. 최근 꿈틀대던 코스피가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바이오를 비롯해 진단 키트, 재택근무 등 전통적인 코로나19 수혜주들이 급등하고 여행과 항공 관련주들은 크게 떨어졌다. 변이 바이러스가 또다시 위세를 떨칠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위 종목 가운데 코로나19 수혜주로 분류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72%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반도체 D램값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에 추세 전환을 시도해오던 삼성전자는 1.9% 내린 7만 2,300원으로 거래를 끝냈고 SK하이닉스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NAVER(-1.89%), 카카오(-1.95%), LG화학(-2.44%) 등 대장주들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최근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들이 이날 1,823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등 매도세를 강화하면서 대형주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여행·항공주의 주가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아시아나항공은 4.09%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약세가 이어졌고 티웨이항공(-5.78%), 대한항공(-3.37%) 등도 하락했다. 참좋은여행(-6.3%), 노랑풍선(-5.8%), 레드캡투어(-4.61%), 모두투어(-4.39%) 등도 하락 폭을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단 키트와 치료제, 백신주는 일제히 주가가 급등했다. 진단 키트 업체 랩지노믹스(084650)는 전일보다 24.6% 오른 3만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씨젠(096530)(17.1%), 수젠텍(253840)(15.33%) 등 진단 키트주가 줄줄이 상승세를 보였다. 백신주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와 진원생명과학(011000)도 큰 폭으로 올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싱가포르 당국에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잠정 승인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일보다 9.41% 오른 27만 9,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진원생명과학은 6.56% 오른 2만 7,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재택근무 관련 종목 역시 급등했다. 오는 29일 정부가 발표할 방역 강화 대책에 따라 ‘단계적 일상 회복’이 중단되고 재택근무로 전환할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영구 재택근무 가능성마저 제기되며 비대면·원격 솔루션 전문 기업 알서포트(131370)는 전일 대비 17.38% 오른 9,050원에 거래를 끝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보다 3원 10전 오른 달러당 1,193원 30전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외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우려감이 확대되며 아시아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국내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증시가 하락했다”며 “‘누 변이’ 바이러스가 국제보건기구가 지정한 ‘우려 바이러스’로 지정이 된다면 경제 정상화가 지연돼 채권 금리 및 유가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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