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통 업체 에프앤(FN)리퍼블릭이 처음으로 ‘전환가액 상향 조정’ 조건이 포함된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금융 당국이 이달 초 관련 규정을 바꿔 시행한 후 첫 물량이라 향후 CB 투자 트렌드 변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투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에프앤리퍼블릭은 15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발행 대상은 비파인1호 조합이다. 해당 CB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하향 조정 후 주가가 오르면 다시 전환가액을 상향 조정하는 조항이 적용됐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당 가격을 전환가액이라고 한다. 회사 측은 CB 발행 후 주가가 떨어져도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에게 부여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가액 하향 폭만큼 ‘안전 마진’이 확보돼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전환가액 상향 조정은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최대주주 또는 사채권자가 CB를 발행한 후 주가를 낮춘 뒤 전환권을 행사해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규정 개정으로 전환가액 하향 조정 이후 주가가 다시 상승하면 최초 전환가액의 70~100% 사이로 상향 조정해야 해 의도적인 주가 하락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에프앤리퍼블릭의 이번 CB는 기존 보통주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CB가 발행되면 주식 수량이 늘어 발행 업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때가 많다. 상향 조정 조항 추가로 전환가액 하향 폭이 줄면 그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CB 발행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이 보통주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큰 불만이었다”며 “전환가액 상향 조정 조항만으로 (CB 발행 시) 주가 하락을 막을 수는 없지만 보통주와 CB 투자자 간 형평성을 맞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 마진이 축소돼 투자 매력이 일부 손상됨에 따라 기업들의 CB 발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에프앤리퍼블릭 주가는 이달 7일 CB 발행 공시가 나오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식 수량은 늘지만 단기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는데 이튿날에는 11.69% 하락했으며 9일 약보합 수준을 보여 5원 떨어진 2,525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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