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이르면 이달 중 처리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당 정책위의장이 소급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3시간 만에 이를 부인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대선발 부동산 세제를 두고 당정뿐만 아니라 당 내부도 찬반이 엇갈려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14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방침과 관련해 ‘빠르면 12월 임시국회에서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12월 임시국회 처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급 적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주택을 판 사람들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소급 적용까지를 포함해 논의하겠다”면서 “당내, 시장, 정부 등의 의견들을 두루 참조해 공식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과 유예 소급 적용이란 법 시행 이전 주택을 매도한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12월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해 1월부터 시행한다면 그 이전인 11월에 집을 팔아도 중과 조치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양도세 예정신고 기한은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마지막 일부터 2개월 이내다. 여당은 형평성을 고려해 소급까지 고려한다지만 이러한 전례는 없다. 통상적으로 세법은 법 시행일 이후 적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 중과세율을 10%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7·10대책을 발표하며 1년에 가까운 유예기간을 뒀다. 즉 올해 6월 1일 이후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10%포인트 인상된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2주택자는 기본 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30%포인트를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이 적용됐다. 정부 관계자는 “양도세 소급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당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 정책위원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양도세 중과 유예 소급 적용을 검토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박 의장 간담회 후 불과 3시간 만에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다주택자에 대해 △6개월 이내 완전 면제 △9개월 이내 절반 면제 △12개월 내 25% 면제 등 주택 처분 시점에 따라 면제율을 차등화하는 내용의 한시적 중과 유예안을 꺼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두고는 당 지도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와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5월 말까지도 유예를 해줬었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검토 의견이 있다. 당정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양도세 중과 유예 시 정부 신뢰가 무너져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7·10대책 후 1년 가까이 양도세 중과를 유예했으나 매물이 막 쏟아졌느냐, 그렇지 않았다”고 반기를 들었다. 정부 역시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외에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12월 임시국회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매물 유도 효과를 보려면 찔끔 1년 유예 정도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구체적인 공약 없이 이 얘기 저 얘기가 나오면서 불확실성만 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의가 안 된 것들을 하자고 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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