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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팁:혈전증] 폐색전증 등 유발 '예고없는 살인자'...치료시기 놓치면 회복 불가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재발 확률도 10년에 30%로 높아

가족력 있다면 유전자로 진단 가능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혈전증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혈전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병으로 최근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다. 혈전이란 피가 혈관에 굳어서 뭉친 것을 일컫는다.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 중 하나가 작동하지 않으면 혈전이 만들어진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여러 장기로 가는 혈관을 막아서 문제를 일으킨다. 혈전이 떨어져 나갈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어제 건강해 보였던 환자가 오늘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장기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이다. 혈전은 어떤 혈관에도 생길 수 있는데 가장 흔히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은 하지정맥, 그 중에서도 심부정맥이다. 다리의 심부정맥에서 생긴 혈전은 다리의 혈액 흐름을 막아 다리가 붓고 아프게 만든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심장을 지나 폐동맥으로 향해 폐색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증상이었으나 갑자기 시작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젊은 폐색전증 환자의 CT 및 수술 소견. 혈전이 갑자기 떨어져 양쪽 폐동맥(노란색 화살표)을 막고 있다./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급성 폐색전증은 급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실신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지만 처음부터 심한 형태로 발생하거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회복 불가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폐색전증은 기저 질환이 없었던 젊은 환자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증상 또한 다른 질환과 유사해 종종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조금씩 다리에서 혈전이 떨어져 올라가는 경우 서서히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으로 진행되는데, 폐동맥고혈압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코로나19 백신에서 언급됐던 혈전은 면역체계의 오작동으로 혈소판이 감소되어 발생하는 매우 드문 유형이며 기전도 다르다.

우리 몸은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노력한다. 끊임없이 혈액이 흐르게 하며 혈관 안에서 피가 굳지 않게 혈액 성분을 조정하고, 혈관 벽에 혈액이 들러붙지 않도록 혈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첫째 사례는 장기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아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하지정맥 내에 혈전이 생기는 경우다. 대표적인 예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 있다. 다리의 근육들은 정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다리를 움직이지 않는 동안 그 기능을 하지 못해 정맥 내 혈액 흐름이 느려진다. 다리 수술 후 깁스를 하거나 중환자실에 장기간 누워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혈액 체계 내에서 여러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물질이 선천적으로 부족하거나 다른 질환에 의해 후천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이다. 가족력이 있고 젊은 나이에 발생한 경우 유전적 혈전증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 유전자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가장 흔한 후천적 원인은 암이다. 암세포에서 나오는 성분들이 혈전 방어체계를 무너뜨린다. 경구용 피임약 복용이나 비만 등도 혈전증이 잘 생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혈관이 상처를 입었을 때다. 다리 부상 또는 혈관수술을 했거나 과거 하지정맥혈전증을 겪으면서 혈관벽에 손상을 입은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혈전증의 원인은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평생 질환이 생기지 않는 구성원이 있는 반면 생명을 잃는 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혈전증이 생길 만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면서 증상이 발생했을 땐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떨어지고 낙상, 부상, 수술, 입원이 흔해지면서 혈전증 빈도도 증가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 1,000명 당 1~2명이 매년 혈전증으로 진단을 받고, 폐색전증 환자 4명 중 1명은 예고 없는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번이라도 혈전증을 겪은 환자가 항응고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재발 확률이 10년에 30%나 되고 20명 중 최소 1명 정도는 혈전증의 고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추산된다. 국민보험공단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연간 10만 명당 24명에서 2016년 46명으로 국내 발생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혈전의 치료는 항응고제를 조기에 사용하고 심한 경우 혈전용해제를 쓰거나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혈전은 대부분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처음부터 굉장히 다량의 혈전이 생겼거나 만성적으로 혈전이 쌓인 경우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 혈전이 만성적으로 폐동맥에 쌓여서 폐고혈압을 일으킨 경우를 만성폐색전증성 폐고혈압이라고 부르는데, 반드시 수술 또는 시술이 필요하다.

혈전증을 예방하려면 장기간 앉아있을 때 주기적으로 다리 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나 발등 쪽으로 발을 구부렸다가 폈다 하는 동작들이 모두 도움이 된다. 입원, 수술 후에는 가능한 빨리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혈전방지 압박스타킹이나 예방적 항응고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력이 있으면 미리 의사와 상의해야 하고, 가족 중 혈전증 환자가 2명 이상이거나 매우 젊은 나이에 혈전증이 생긴 경우라면 유전적 혈전성 질환에 대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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