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대에 섰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발언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 3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회의장 앞에서 의원총회을 열었다. 이번 의총은 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 조회를 '사찰'로 규정하고 김 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실상의 항의 집회다. 회의 출석을 위해 대기 중이던 김 처장은 얼떨결에 의총장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조용히 해주시면 제가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공수처장이 의총에 와서 한마디 하는 게 좋겠다는 김도읍 정책위의장의 말씀을 존중해 나왔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법사위 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현안 질의하는 가운데 충분하고 소상하게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회의장 근처에 있던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왜 정치 집회에서 (발언을) 하나"라고 항의했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원에게 "뭐 하는 거냐"고 따지면서 소란이 번졌다.결국 김 처장은 "말씀드릴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며 한 발 물러났다.
김 처장이 자리를 피한 뒤에도 여야 의원들의 고성 충돌이 이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 여당 의원이면 취재진과 야당 의원 사찰한 데 대해 미안해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고, 같은 당 의원들이 '김진욱은 사퇴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한동안 소란이 이어졌다.
김 처장을 의총장으로 이끌었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김 처장이 사퇴 의사에 대해 발언하려 하니까 (여당 의원이) 저희 의총을 방해하고, 본인의 입장을 말할 기회를 박탈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민주당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감시 국가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공포 정치를 대선까지 악용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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