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 전환한 가운데 기준금리가 두 차례 연속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중·고금리 대출자의 이자 상승 체감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금융권의 우대 금리 축소 움직임 등이 맞물리며 부동산 구입 심리가 제약되고 주택 거래량을 감소시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가계대출 금리별 비중은 △3% 미만 28.7% △3~5% 미만 64.5% △5% 이상 6.8% △8% 이상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적어도 상반기까지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무리한 대출보다는 집값의 30% 이내에서 빌리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새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굿바이 영끌·빚투’가 중요한 현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2030세대들이 금융권에서 최대한 빚을 내 서울 외곽 지역이나 경기·인천 등지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집값이 급등한 현상이 올해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강남 등 주요 지역 또는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호재에 힘입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새라 정확히 언제 하락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대출이 나오지 않았던 서울 핵심 지역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고 여타 지역도 DSR이 강화된 상황이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투자용 상품의 경우 일정한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데 금리가 올라간 만큼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로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그 외의 변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이 또 다른 수요 억제책으로 기능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대선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 이후 정책 변화나 7~8월 계약갱신청구권 기간 만료로 인한 전세난, 입주 물량 부족, 광역급행철도(GTX) 교통망 등으로 매매가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지난해와 재작년 부동산 시장 급등은 금리나 유동성의 문제가 아닌 공급의 문제였다”며 “가격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현실 진단 없이 수요 억제책으로서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인 부동산 시장을 멈추게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은 상승 폭이 눈에 띄게 줄며 매매 심리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96%에 달했지만 지난달 0.29%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전세도 0.63%에서 0.25%로 줄어들었다. 1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9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경기와 인천은 지난주보다 소폭 반등했음에도 여전히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집값 하락 지역도 늘고 있다. 1월 둘째 주 기준 서울 25개 구 중 4개 구가 하락, 4개 구는 보합세를 나타냈고 경기도에서는 의왕시가 하락 전환하며 5곳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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