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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뒷북경제]반도체 세계 1위? 美·日에 명줄 잡힌 ‘반도체 코리아’

삼성, 인텔 제치고 2021년 반도체 매출 1위

미·중 패권다툼 격화에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화

한국, 미·일에 반도체 장비·소재 3분의 2가량 의존

글로벌 분업 생태계에 위에 구축된 '반도체 코리아'

미·일이 약한고리 노리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어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간만에 희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2018년 이후 3년만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1.6% 증가한 759억 5,000만 달러로 731억 달러를 기록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섰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3.0%, 인텔이 12.5% 수준입니다. 정부 내에서는 반도체 코리아의 저력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같은 낭보에도 한국 반도체 업계는 웃을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미·중 기술패권 다툼에 자칫 ‘반도체 코리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입니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하나씩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일 양국이 첨단 기술 수출 규제를 논의할 새로운 체제 구축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하며, 반도체와 같은 기술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같은 수출규제가 ‘현대판 코콤’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코콤은 지난 1949년 서방 국가들이 공산권 국가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공산권 국가들이 붕괴하자 지난 1994년 해산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21세기판 코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한국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 D램 반도체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려 하자, 지난해 11월 기술유출 우려 등으로 이를 막은 바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SMIC와 같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EUV 장비 도입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손잡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에 대규모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중인 삼성전자와, D램 공장을 가동중인 SK하이닉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미국 눈밖에 나서 무너졌던 ‘반도체 재팬’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정책을 수년째 강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중국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역량을 떨어트리기 위해, 화웨이 스마트폰을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켰습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칩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설계역량을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유니SOC’로 이전하며 중국이 AP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중국의 AP 설계 능력이 쇠퇴한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이같은 중국 압박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에 거래고객 리스트 및 거래물량 등 민감정보를 요구하며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 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기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반발했지만 반도체 핵심 기술을 쥐고 있는 미국에 그 어떤 정부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반도체 코리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통상질서 재편 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업계와는 다른 소리만 반복 합니다. 반면 장비·소재 등 ‘글로벌 분업화’를 기반으로 완성되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생태계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미국이 ‘반도체 1등 국가’의 경쟁력을 몇년만에 끌어내린 전례는 불과 30여년전으로 눈을 돌려도 바로 눈에 띕니다. 일본은 지난 1990년 미국의 각종 제제에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한국에 내 준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급등시키며 일본 반도체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렸습니다. 일본은 당시 기술우위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기술우위를 상쇄할만큼 낮은 가격경쟁력 때문에 일본 반도체의 글로벌 점유율은 가파르게 하락합니다.

미국은 이듬해 일본산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골자로 한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1989년까지만 해도 NEC·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업체가 나란히 1·2·3위(매출 기준)를 차지했지만, 미국의 ‘일본 반도체 죽이기’가 30년 가량 지난 현재는 이들 기업의 이름을 반도체 매출 상위권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무역 통계에서 2020년 기준 중국이 2,413억 달러로 미국(1,315억달러)의 2배 수준이지만, 미국과 그들의 동맹국 위주로 짜여지는 공급망 재편 흐름에 줄을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한국 반도체 장비에서.. 미·일 점유율만 61.2%


미·일 양국이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보유한 압도적 시장 우위는 수치로도 드러랍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 수입된 반도체 장비 중 일본업체 비중이 39.3%(30억2,000만달러)로 1위를, 미국은 21.9%(16억9,000만달러)로 2위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생산 장비 1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3위 업체인 램리서치는 미국 기업이며 4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일본 기업입니다.

이 중 미국 장비기업은 반도체 장비 생태계의 핵심 공정 대부분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안보유망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반도체 증착 관련 장비의 63.8%를 점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에칭(53.1%), 공정제어(71.2%), 기계연마(67.5%), 이온주입(90.4%) 등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 중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장비시장 전체 점유율은 41.7%에 달하며 일본의 점유율은 31.1%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2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또한 사실상 미국 공급망 소속입니다. ASML이 지난 2012년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한 뒤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EUV 장비 수출 시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UV 장비는 5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시 필수 장비로, 대만 TSMC와 삼성전자 간의 EUV 장비 확보전이 수년째 진행 중입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수입액 또한 일본과 미국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소재 수입액은 총 92억2,400만 달러 규모로 이 중 일본(38.5%, 35억 5,000만달러)과 미국(11.3%, 10억4,600만달러)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20년 기준 수입량의 93.8%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도체용 웨이퍼에 밑그림을 그리는 포토레지스트리(86.5%)를 비롯해 연마제( 85.5%), 다이본드 페이스트(81.6%), 블랭크마스크(77.5%) 등도 일본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측은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는 중국 외 지역에 두게 하면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구도로 반도체 공급망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첨단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디지털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아 철저하게 신기술 접근을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 상대로는 반도체 코리아가 ‘갑’


중국 또한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부분이 많은데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이라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한국이 ‘갑’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은 갈륨(95.7%), 텅스텐(83.6%), 마그네슘(82.0%) 등 반도체에 필요한 광물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높으며 2020년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액 954억 6,000만 달러이며 중 중국 비중이 43.2%에 달합니다. 반면 갈륨, 텅스텐, 마그네슘 등은 미국 또한 높은 부존량을 자랑하며 캐나다, 호주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도 매장량이 풍부합니다. 또 국내 반도체 수출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D램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나머지는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몫이라는 중국이 한국산 D램 외에 대체제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중국은 창신메모리 등 자국 D램 업체를 육성했지만 기술격차와 높은 제조 원가 등으로 결국 자국 D램 상용화에 실패해 한국산 D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산 메모리반도체를 구입 중인 중국 내 ‘큰손’은 중국 현지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을 비롯해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및 글로벌 1위 PC업체인 레노버 등 입니다. 한국산 D램을 탑재하지 않을 경우 이들 제품 구동시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외 수출을 위해서라면 한국산 D램 탑재가 필수 입니다.

비교적 기술진입장벽이 낮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중국이 자국산 제품을 쓸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규모의 경제’와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시 ‘반도체 코리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등 선진국이 아닌 ‘사드보복’ 등으로 우리를 못살게 굴었던 중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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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속도의 시대입니다. 봐야 할 것은 많고 생각할 시간은 부족합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여유를 일깨워주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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