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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빅데이터 엔진 없는 RA론 투자 한계…'코스모스' 개발한 이유죠"

부자 전유물이던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문턱 낮추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창업

시장 안착 성공했지만 질적향상에 '갈증'

대형 증권사도 손못댄 AI엔진 개발 착수

10TB 달하는 127개국 27만개 주가 등

단 5초만에 분석 '코스모스'로 퀀텀점프

PB 대체 아닌 매니징 서비스 도구될 것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본사 사무실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내보이고 있다. /이호재 기자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1300만 명.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네 명 중 한 명은 대한민국 기업 중 한 곳 이상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인을 대신해 주식시장에 등장한 이들이 ‘동학개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 사두면 오른다는 ‘황금기’가 지며 동학개미들은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동학개미 스스로 어떤 종목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야 할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다. 누군가가 이 물음에 정답을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족집게 선생을 모시기도 쉽지 않다. 수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했다면 은행이나 증권사가 제공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 서비스를 받기라도 하지만 개미들에게 이런 서비스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혼자 고민하는 개미들에게 다양한 투자 전략과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 2015년 두물머리가 만들어졌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물머리는 몰라도 ‘불리오’라는 로보어드바이저와 ‘불릴레오’라는 자산 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이제는 유명하다.

그런 두물머리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했다. 6일 서울 마포에 있는 본사로 찾아가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를 만났다. 그가 처음 한 말은 “주식도 투기가 될 수 있고 경마·복권도 투자가 될 수 있다”였다. 궁금했다. 어떻게 복권이 투자가 될 수 있는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떤 복권을 접하게 됐는데 구조가 이랬습니다. 세 번 이상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그다음 회차에서 2~4등에게 원래 약속했던 당첨금의 10배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4등이면 5달러인데 50달러를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부를 했습니다. 결국 세 번 낙첨된 후에 1500달러어치를 사면 2300달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더니 100억 원 넘게 벌었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복권은 투기일까요. 투자일까요.”

그의 논리대로라면 복권은 투자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가진 복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천 대표는 “중요한 것은 확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투자를 하고 싶어도 데이터를 다루지 못하면 망한다.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데이터를 보려고 했는가’라고 자문해보니 자신이 없었다. 앞의 사례와 같은 복권은 없다고 단언할 것이 아니라 확률을, 데이터를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천 대표는 국내 한 금융회사의 잘나가던 선물·옵션 트레이더였다. 연봉이 3억~4억 원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그가 2015년 당시로서는 초기 투자 솔루션이었던 로보어드바이저를 만들겠다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일은 잘 맞았다고 한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 적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왜 창업이라는 ‘가시밭길’로 나서게 됐을까?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트레이더니까 지인이 포트폴리오를 짜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요구가 많았어요.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짜주기는 힘들더군요. 펀드매니저들도 한 번에 여러 계좌를 운용하지 못하고요. 그래서 결국 부자들만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천 대표는 현실로 부딪힌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다. 아무리 고객을 잘 아는 뛰어난 프라이빗뱅커(PB)라도 상품과 전략이 뻔한데 100만 명을 다 다르게 운용할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 무작정 덤벼들었던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의 결과물을 내놓는 데 6년 넘게 걸렸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다. 미리 프로그램된 가격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투자 결정과 자산 배분을 정한다. 2013년부터 국내에 소개됐으며 2015년부터 적지 않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본격화됐다. 일반인들에게도 양질의 WM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취지와 달리 로보어드바이저는 빠르게 확산되지 못했다. 2016년 이세돌 프로기사와 알파고의 역사적 바둑 대국은 사람들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투자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로보어드바이저는 기계적이고 ‘수박 겉 핥기’식일 듯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돈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사람인 PB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불신이 컸다. 천 대표 역시 이를 인정했다.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 로보어드바이저는 애매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앱으로 고객 상담을 하고 투자로 연결시켜주겠다고 했는데 사실 뒤가 없었습니다.”

천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은 두 개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앱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부분이고, 또 하나는 고객의 정보를 갖고 왔을 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천 대표의 ‘뒤가 없었다’는 말은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전략 제시, 특히 투자 전략을 제시해주는 근거가 되는 빅데이터 엔진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천 대표는 직접 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천 대표는 “대형 증권사도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서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두물머리가 단순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아닌 ‘코스모스(COSMOS)’라는 이름의 AI 엔진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계기였다.

천 대표는 코스모스를 직접 시연했다. 방대한 데이터가 놀라웠다. 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코스모스에는 127개국 27만 개의 주가 데이터, 500만 개의 재무제표 등 10TB(테라바이트, 1TB=1024GB(기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편리했다. 투자자가 기업의 매출이나 주가수익배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연구개발(R&D)비 비중,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변수 등의 기준과 밸류 모멘텀(성장 가치), 밸류 크로스(가치 전환) 전략 등 투자 전략을 지정해주면 간단하게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과 벤치마크(BM)의 과거 성과를 보여준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탐색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로 보여주는 시간이 5초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처리 속도도 빨랐다. 코스모스 엔진은 증권사나 핀테크 업체, WM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에 주로 적용되지만 두물머리는 일반인들을 위해 코스모스의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는 ‘올라떼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공개했다. 수많은 개미 중 한 명의 자격으로 올라떼닷컴을 사용해보고 깜짝 놀랐다. 당장 투자에 이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양한 변수를 조합하다 보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 대표는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과거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공황같이 몇 번 되지 않는 사례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을 못 찾을 수 있지만 사례가 1억 개라면 그곳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물머리와 협업한 펀드 상품이 이미 출시돼 있고 성과도 좋다. 온라인으로 펀드 매매를 할 수 있는 한국포스증권에서 판매하는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펀드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4%에 달한다. 연간으로 보면 15.99% 정도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세계 증시가 위축된 것과 비교하면 성과가 양호하다. 실제 BM지수의 3개월 수익률은 -3.46%다. 천 대표는 “이 펀드는 우리가 알고리즘을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선정해 만든 것”이라며 “펀드 수익률도 상위 14%에다 샤프지수(위험 대비 성과를 지수로 나타낸 것)도 상위 1%로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득 이런 엔진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현재 WM 서비스를 제공하는 PB들의 설 자리가 위태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천 대표는 “코스모스의 최대 수혜는 고객과 PB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PB들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들과의 교감입니다. PB분들이 사용하신다면 지금까지 고객에게 딱 맞는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지 못했던 갑갑한 상황이 없어질 겁니다. PB를 대체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매니징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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