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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손·발 다묶어 '허수아비'로…수사공백·현행법 충돌 불가피

[검수완박 무리수 후폭풍-<상> 국민 울리는 졸속 입법]

부패·경제 등 6대범죄 수사 못해

영장 청구는 警 신청 있어야 가능

경찰청장에 고발요청권 넘어가면

골목상권 사건까지 수사 대상될 판

구속 기한 2배 늘려 인권침해 논란도

" 공정·객관성 없어…개정 취지 어긋나"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에 집단 반발하는 가운데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놓고 법조계는 물론 학계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무리한 입법 배경과 시기적인 논란은 물론이고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비리와 각종 대형 사건 등에 대한 수사 공백, 현행법과 충돌 등의 대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지닌 수사·기소권을 분리함으로써 형사 사법 체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졸속·날림 법안’이라거나 ‘진지한 논의 없는 반쪽 짜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리한 검찰 개혁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수사 영역에서 검사 완전 배제… 영장도 경찰 신청 때만=검수완박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를 수사 영역에서 완전 배제한다’는 점이다.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 참사 등 6대 범죄 수사 기능이 완전히 사라졌다. 단 경찰공무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 길을 열어줬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찰을 수사 주체에서 삭제했다. 수사와 관련된 법 조항상 주체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을 ‘사법경찰관’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특히 검사의 고유 권한인 영장청구권도 ‘경찰 신청이 있을 때만’으로 한정했다.

또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범인과 범죄 사실,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도 사라져 검찰은 △피의자 출석 요구 △영장에 의한 체포 △긴급체포 △압수수색 △증인 심문 청구 등도 할 수 없다.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사법경찰관에게 하여야 한다’고 개정, 고소·고발 창구도 경찰로 단일화했다. 다만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공포 이후 3개월이 지나고 시행한다는 유예기간을 뒀다. 법률 시행 전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방검찰청이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이 맡도록 했다.

◇법 집행 공백에다 인권침해 우려까지=문제는 검수완박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법률과 충돌하는 등 형사 사법 체계의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 129조(고발)에는 ‘법 위반 정도가 인정된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검찰총장은 고발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검찰·공정위 양측이 고발을 하거나 고발 요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검찰은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 (검찰이 지닌) 기존 고발요청권을 경찰로 넘기는 등 법이 정비될 여지가 있다”며 “경찰청장에게 고발요청권이 주어질 경우 기업은 물론 골목 상권 사건까지 모두 수사 대상이 되는 만큼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소·고발 창구를 경찰로 일원화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선택할 자유마저 박탈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또 해외와 비교해 경찰의 구속 기한을 2배로 늘린 점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구속 기한은 경찰 10일에 검찰 20일이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경찰 20일, 검찰 10일로 바뀐다. 미국·독일·일본 등에서 경찰의 체포 피의자 구속 기간을 최장 48시간으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피의자 인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수사 중인 사건 경찰로… 정권 방어용 입법 논란=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에서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에 승계한다’는 점도 논란이다. 통상 법 시행 이전 사항은 현행법을 근거로 유지하는 ‘법률 불소급 원칙’을 지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부칙에 따라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100%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 월성 원전,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등 수사가 결국 경찰 몫으로 넘어간다며 ‘검수완박을 문재인 정부를 지키기 위한 방탄 입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여기에 중대범죄수사청 등 법안을 보완할 이른바 ‘한국형 FBI’ 설립이 검수완박과 동시에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 주체만 바꾸는 데 급급할 뿐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맞는 공정·객관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그동안 검찰이 쌓아온 수사 전문성은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며 “대표적인 부분이 마약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500만 원 이상 사건으로 또 검수완박으로 아예 수사를 못하게 한다면 이들 검찰 마약수사관이 지닌 수사 경험이나 노하우는 버려질 수밖에 없다”며 “검찰 안팎에서 중수청이나 마약청 등 제3의 기관으로 수사 역량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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