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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수주가뭄, 더이상 못버텨…'신한울 3·4호기'에 생명줄 달렸다"

[尹정부 '탈원전 폐기' 속도]

◆경남 원전 부품업체 가보니

축구장 크기 공장 일감 없어 휑해

"매출 ⅓토막나고 인력은 ⅓수준

원전수명연장도 서둘러야" 원성

협력사 줄폐업에 일손 유출 심각

수출도 난항, 생태계 복구 쉽잖아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자리한 원전 부품 생산 업체인 BHI 공장 내부. 한때 관련 부품과 기자재 등으로 꽉 차 있었지만 이제는 빈 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창희 BHI 전무는 “몇 년째 원전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양철민 기자




경남 김해시 진례면에 위치한 하이에어코리아 공장 내부. 한때 300억 원이 넘던 원전 관련 매출은 5년 새 100억 원 이하로 급감했다. 김근배 하이에어코리아 회장은 “2차 협력사 등 많은 원전 관련 업체들이 폐업을 했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해 신규 원전 건설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부품 조달은 물론 인력 확보가 예전에 비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양철민 기자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자리한 BHI 공장. 2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10여 명의 직원들이 발전소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만들고 있었다. 공장 내부는 축구장보다 넓었지만 수주가 급감하면서 놀리는 공간이 한눈에도 제법 컸다. 이 회사의 이창희 전무는 “한때는 제품 적재 등으로 공장 내부에 기계나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 외에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며 “인근 업체들도 수주 절벽에 원전 사업에서 아예 철수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혹한기를 겨우 버티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장에서 만난 원전 부품 업체 관계자들은 신규 사업 수주 없이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착수하고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先) 착공, 후(後) 보완’과 같은 융통성 있는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기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속도 조절론’을 강조하며 원전 생태계 회복에 공을 들인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기대감보다 절박감이 더 컸다. 이 전무는 “2016년 신고리 5·6호기 관련 부품 용역을 수주한 후 원전 수주 실적이 없다”며 “국내에서 개발된 소형 원전인 ‘SMART’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프로젝트에도 뛰어들었지만 탈원전 등의 국내 정책 때문인지 사우디아라비아가 결국 미국을 선택해 10억 원 이상의 매몰 비용만 발생했다”고 푸념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BHI의 원전 프로젝트 참여와 관련해 자금 보증을 요구했는데 정부 차원의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다.

BHI의 사업 실적은 탈원전 정책 이후 내리막길이다. 원전 발전 등에 들어가는 ‘보조 기기’ 매출만 해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19.6%에서 2021년 3.0%로 추락했다. 그 결과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억 원 흑자에서 30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원전 산업이 쪼그라든 탓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20명에 달했던 BHI의 원전 설계 관련 인력도 4명 정도로 줄었다. 탈원전 5년 동안 원전 관련 인력의 상당수가 이탈한 반면 신규 직원은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원전 관련 인력을 수소 등 다른 사업에 전환 배치하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이 전무는 “정부가 원전 수출 시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공기업 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원팀’을 꾸려 사업 수주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등의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원전 추가 건설 외에 소형 원전 개발 등에도 박차를 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해시 진례면에 위치한 하이에어코리아의 김근배 회장도 원전 수주 급감으로 관련 매출이 5년 새 3분의 1로 줄었다며 답답해 했다. 냉난방 관리 기기인 공조기를 선박이나 원전 등에 납품해온 하이에어코리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김 회장은 “한때 300억 원이 넘던 원전 관련 매출이 이제는 100억 원을 밑돈다”며 “원전 관련 인력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원전 해체 작업에 필요한 ‘방사성 폐활성탄 처리 장치’ 개발이나 수소 부문으로 관련 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있다.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김 회장은 “신고리 5·6호기 공급 건으로 2019년까지는 적게나마 매출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납품이 거의 완료돼 앞으로 원전 사업을 어떻게 유지할지 막막하다”며 “우리는 그나마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2차 협력사 등 많은 업체들이 폐업을 했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해 신규 원전 건설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자재나 부품 조달은 물론 인력 확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전 생태계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관련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2020년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분야 인력은 2016년 3만 7232명에서 2020년 3만 5276명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바라카 원전’을 가동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관련 인력이 이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자력 학과 졸업 인력의 취업률 역시 2017년 45.8%에서 2020년 36.9%로 급락했다. 2019년 73명에 달했던 원자력 관련 학과 정교수는 지난해 62명으로 줄었다. 인재 양성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원전 관련 국내외 기술 도입 규모도 2016년 619억 3900만 원에서 2020년 70억 7100만 원으로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외에도 원전 수출 확대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으로 원전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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