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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장 실패 막자”…금감원, IPO 신고서 정정 요구 급증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분석]

2020~21년 연간 정정 건수 60건 넘어

2017~19년 한 해 23~29건 비해 2~3배

위험 설명 불충분한 IPO 기업 증가 영향

대명에너지 등 공모가 하향에 역할 조명

SK쉴더스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화상으로 개최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을 청취하는 모습. SK쉴더스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에 따라 공모가 산정에 기준이 되는 비교 기업을 한 차례 수정한 바 있다. /사진제공=SK쉴더스




금융 당국이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에 나선 회사들에게 ‘투자 위험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을 발행할 때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다. 특히 기업들이 최근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되는 ‘비교 기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던 만큼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금융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금융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건수는 각각 68건, 61건이었다. 지난 2017~2019년에는 연간 요구 건수가 23~29건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2년 사이 정정 요청 건수가 2~3배 증가한 셈이다.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건수는 지난 2014년(68건) 이후로는 2019년까지 60건을 초과했던 적이 없다.

주식·채권을 발행하거나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은 반드시 금융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 공모가 산정 근거와 공모 구조, 재무 상태 등 각종 투자 위험을 투자자에게 공시하기 위해서다. 만약 투자 위험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거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감원은 발행 회사에 ‘증권신고서를 고쳐 작성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증권신고서 정정이 IPO 등 주식 발행 시장 활황기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다. IPO 시장이 과열될수록 수요예측이나 일반 공모주 청약에 응하려는 투자자가 많을 수밖에 없어 보다 공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한다.

실제 지난 2020·2021년 주식(지분증권) 발행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건수는 각각 49건, 41건이었다. 15~29건을 나타냈던 2015~2019년에 비해 크게 많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외국의 우량 기업들만 비교 대상으로 삼아 공모가를 부풀리거나, 급하게 공모를 진행하려 중요 사항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모가의 기준이 되는 ‘비교 기업’을 재선정하도록 해 가격 산정 방식을 보다 투명하게 안내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IPO를 진행하면서 기존 비교 기업이던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제외하게 돼 희망 공모가를 45만 8000~55만 7000원에서 40만~49만 8000원으로 낮춰야 했다. 결과적으로 크래프톤은 최근 공모가(49만 8000원)의 절반 수준인 25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 대어(大魚)로 꼽힌 SK쉴더스와 원스토어도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며 비교 기업을 바꿨다. SK쉴더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알람닷컴·ADT·퀄리스를 제외하고 대만 세콤과 한국 싸이버원을 추가했다. 원스토어는 애플·알파벳을 비교 기업 명단에서 빼고 이를 텐센트·네이버·넥슨으로 교체했다.

IB업계 관계자들은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공모가에 개입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면서 공모가를 두 번이나 낮추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서 ‘공모가를 조정하려고 요구한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나 실제 당국이 정정 요구한 것 중에서 공모가가 바뀐 경우는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서 비교 기업 수정을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공모가 산정에 최종 책임이 있는 것은 발행 기업이라는 뜻이다.

실제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증권신고서를 내며 비교 기업을 교체했지만 공모가를 수정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비교 기업만 바꾸고 할인율 등을 임의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공모가 하향을 피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의 규제와 시장의 자율 모두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면서 “기업의 신고 내용, 금감원의 정정 요구 모두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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