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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연료값 쌍펀치에 만신창이 된 한전…"이대론 자본잠식"

[한전 7.8兆 최악 적자]

◆부동산 처분 등 자산매각 추진

전력도매가 > 판매가…팔수록 손해

탈원전發 LNG 확대, 손실폭 키워

분기당 '10兆 적자' 지속 불가피

자본잠식 땐 '국가신인도'에 영향

요금 인상·재정지원 外 해법 없어





올 1분기 한국전력의 실적은 충격적이다. 시장은 이미 여러 번 한전의 어닝 쇼크에 대해 경고했지만 전년 전체 적자보다 2조 원가량이나 많은 8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현실화하자 한전 스스로 자회사 출자 지분, 보유 부동산 등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력을 비싸게 도매로 사서 싸게 파는 식의 구조로는 재무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일종의 고해성사에 가까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분기당 10조 원 수준의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연말께 자본잠식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한전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꺼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출자한 자회사의 지분 매각이나 해외 석탄발전소 매각 등의 이슈는 국가 에너지 정책, 증시 영향, 계약 상대방과의 문제 등과 얽혀 금세 해결될 수 없다. 사실상 만신창이가 된 한전이 전기료 현실화를 호소하기 위해 현재의 한전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당장 올해 말부터 회사채 발행 한도를 넘겨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한전이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만큼 한전의 자본잠식은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의 1분기 어닝 쇼크는 한전이 전력을 사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h당 180원 50전인 데 비해 한전이 파는 가격인 전력판매단가는 110원 40전에 불과한 데 기인한다. 팔수록 손해만 나는 구조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도 한전의 적자 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4%다. 하지만 여기에는 원래 수명이 11월까지지만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와 2017년 4월, 2018년 4월 가동돼야 했지만 지금까지 준공이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1·2호기가 빠져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월성 1호기가 원래 수명까지 가동되고 신한울 1·2호기의 준공이 예상대로 진행됐다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대신 이들 원전을 활용할 수 있어 한전의 적자 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전체 적자는 30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한전의 올해 적자가 30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올해 정부의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이 68조 5000억 원임을 고려하면 한전의 적자 폭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개 공기업이 정부 전체의 적자에 비견할 만한 영업손실을 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 정부는 자본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한전은 빚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올해만 15조 6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가뜩이나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판에 한전이 쏟아내는 채권 물량마저 겹치면서 다른 기업의 조달 코스트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연 1.52%(3년 만기, 신용등급AAA 기준)였던 발행금리는 최근 연 3.5%대로 두 배 이상 올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한전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한전은 당장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올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91조 8000억 원이다. 하지만 차입금이 늘어나고 적자가 불어나며 내년부터 사채 발행 자체가 막힐 수 있다. 한전의 부채비율은 2017년만 해도 140%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큰 폭으로 오르며 지난해 223.2%로 치솟았다. 한전의 차입금 규모 역시 4월 말 기준 5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사채 발행이 막히면 곧바로 자본잠식 위험에 노출된다.

한전으로서는 전기료 현실화가 급하다. 이날 한전이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 해외 사업 재편 등의 고강도 자구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매각 대상으로는 경기 의정부 변전소 부지, 인천 제물포지사 구 사옥, 발전 자회사 등이 거론된다. 발전 자회사 지분 매각의 경우 공기업 민영화 작업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상당히 민감한 이슈지만 한전의 입장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도 된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삼성동 한전 본사 정도가 아니라면 거론되는 대상을 다 팔아도 ‘노력하고 있는 신호’ 정도밖에 안 된다”며 “요금 정상화와 재정 지원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08년 한전이 2조 789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때 ‘에너지 및 지원 사업 특별회계법 시행령’에 따라 66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 시행령은 지금도 유효한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 자체는 가능하다.

유 교수는 “우선 4월 요금 인상을 포함해 올해 15% 정도 전기요금을 올려 자본잠식을 막고 내년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재정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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