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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AI, '포비아'로 남길 것인가 '필리아'로 바꿀 것인가

■너 어떻게 살래

이어령 지음, 파람북 펴냄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3번째 글

인류에 공포·충격 대상 된 인공지능

韓이 유지하고 있는 '생명사상' 활용

'AI+인간다움' 공존의 존재 만들어야











뱅크시 작품. 연인이 포옹을 하면서도 서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현대사회를 풍자했다.


이세돌(오른쪽)과 알파고가 지난 2016년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이고 있다.


보캉송이 만든 오토마타인 피리부는 목동과 오리, 탬버린 연주자의 삽화.


보캉송의 오토마타 오리 인형 삽화. 생명 현상인 배설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최고 지성’이자 ‘창조의 아이콘’으로 불린 고(故) 이어령 이화여대 교수가 “너 어떻게 살래”라는 화두를 던졌다. 제목만 보면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니다. 이번에는 과학기술이고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 이야기다. 한낱 컴퓨터를 주제로 삶까지 들먹이냐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AI가 인류의 삶에 준 충격을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국가 가운데서도 굳건한 생명사상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AI 시대에 가장 유망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한국인의 문화와 사상이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행동을 통해 AI 시대를 더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미 지난 2006년 ‘디지로그’라는 책을 통해 미래의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세상을 살아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세상은 저자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화하고 있다.

이번 주제인 AI에 저자가 주목한 시기는 이미 5년여 전인 지난 2016년 알파고의 등장 때다. 그는 미국의 IT업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치는 모습에서 AI가 최대 당면 이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 이세돌은 인간 최고수로서 알파고(구글)의 도전을 받아들였으나 1승 4패라는 참패를 기록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때의 ‘알파고 충격’은 저자가 AI를 주제로 고민하고 글을 쓰는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AI를 인간의 직업을 빼앗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괴물로만 보고 있다. 이른바 AI 포비아(공포)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알파고 앞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저자는 AI를 복잡하고 난해한 혼돈의 영역에서 꺼내 우리의 보편적 삶 위에 위치시킨다. AI로 무장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인정하지만 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본다. 특히 AI는 그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더 핵심적인 문제는 생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책은 AI의 역사를 거꾸로 되짚으며 프랑스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1709∼1782)이 만든 오토마타(자동장치) ’피리 부는 목동’과 ‘오리 인형’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보캉송은 기계에 공기를 통하게 하면서 피리 소리를 내는 형태의 목동 인형은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오리 인형에게 음식물을 소화하고 배설을 시키는 것은 실패했다.

“보캉송은 생명이 되기 위해 마지막 넘어야 할 고개는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것’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오리 인형은) 생명만이 할 수 있는 배설은 하지 못했다. AI도 생명의 고개를 넘지 못하면 이 오리와 다를 게 없다.”

결국은 삶이자 생명이 문제다. AI는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는 AI와 인간 간의 상호관계가 중요해진다. AI를 어떤 형태로 만들고 어떻게 다룰지다. 저자는 인간과의 관계를 확장하면서 AI를 AW(인공지혜)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한국인의 생명 사상과 문화, 이른바 ‘생명자본’이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확신이다. AI의 미래는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서구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서는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인의 대표적인 생명사상이자 인간다움을 의미하는 ‘인(仁)’ 사상에 주목하자고 제안한다.

AI에 한국인의 ‘인’의 정신이 융합된다면 함께 어울리고 공존하는 AI가 탄생할 수 있고 이것은 결국 인간의 승리가 된다는 의미다. 이때 드디어 ‘AI 포비아’가 ‘AI 필리아(애정)’로 전환된다.

책 ‘너 어떻게 살래’는 저자가 계획한 ‘한국인 이야기 10부작’의 3번째 이야기다. 저자는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30여 년을 재직하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우리나라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도 이야기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고 이어령은 지난 2009년부터 생애 마지막 작업으로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구상했다고 한다. 첫번째로 2020년 책 ‘너 어디에서 왔니’를 내놓았다. 이는 한국인의 시작과 한국문화의 원형에 천착한 작품이다. 물론 그는 시리즈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지난 2월 향년 88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시리즈 두번째로 젓가락을 통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규명한 책 ‘너 누구니’는 지난 4월 유고작으로 출간됐다. 이번에 ‘너 어떻게 살래’라는 3번째 작품이 나온 셈이다. 1만 9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파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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