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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조력존엄사법’ 발의…'존엄한 죽음' 사회적 논의 속도 낼까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의사조력자살' 허용

임종과정 아닌 말기 환자가 희망하면 의사가 도울 수 있어

연명의료 결정제도 시행에도 사각지대·안락사 찬성 여론도 높아져

지난 9일 인천 송도 크루즈터미널 독도함에서 열린 '제20회 해군 함상토론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안규백 의원. 연합뉴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명 '조력존엄사법'이 국내 최초로 발의됐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조력존엄사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개념이다.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2018년 2월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되며 소생 가능성 없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만 허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조력존엄사와 적극적 안락사는 모두 불법이다. 현재 허용되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말기 환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보다 적극적 개념에 가깝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조력존엄사 대상자를 △말기 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으며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말기 환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서면으로 대상자 결정을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약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의사가 약물을 직접 환자에게 투약하는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법안에 따르면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로 결정된 날부터 1개월이 경과하고, 대상자 본인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해 조력존엄사를 이행할 수 있다. 연명의료중단결정의 경우 환자의 의식이 없을 때 가족들 동의로 가능한 대리 규정을 두고 있으나, 조력존엄사는 환자 본인의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도록 한 데서 차이가 난다.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위원장 1명(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한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심사위원은 관계 기관 소속 고위 공무원과 의료인, 윤리 분야 전문가 또는 심리 분야 전문가 등 조력존엄사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게 된다.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는 형법 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으로부터 배제된다. 또한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근무하거나 했던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안규백 의원은 “누구나 죽음은 찾아온다”며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이른바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락사 및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에 대한 참가자의 태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해외에서는 지난 2002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래 캐나다, 벨기에 등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임종 과정에 있지 않지만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기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락사에 대한 찬성 여론도 한층 높아졌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3%가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2016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5년만에 찬성비율(41.4%)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무의미한 수명 연장보다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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