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초등생 조유나 양 가족에 대해 엿새째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종 일가족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27일 승 연구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처음부터 범죄에 연루됐으면 떠났던 최초 시점 정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승 연구위원은 “누리꾼들이 범죄와 관련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편함에 여러 가지 독촉장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다고 해서 얼마만큼 경제 형편이 어려웠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범죄에 연루됐다고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조양 가족의 밀항 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출입구가 막혔을 때 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도 신용카드는 나중에 정지되기 때문에 충분히 떠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가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서 밀항을 선택했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승 연구위원은 조양 어머니와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3시간 간격으로 각각 다른 곳에서 꺼진 점을 언급하면서 “사고 가능성도 낮다”고 짚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사고라고 예를 들면, 같은 장소에서 휴대폰이 꺼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 차이도 있고, 장소도 다르다”라면서 “같은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극단적 선택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덮어둘 수는 없다. 다만 가족이 오후 11시쯤 펜션에서 나갔다고 하는데, 만약에 추락이라든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면 그 당시에 (조양 아버지 휴대폰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송곡항에) 물이 차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오전)은 물이 들어와 있지만, 저녁에는 간조로 물이 다 빠진다. 오후 11시나 새벽 4시 사이에 송곡항에서 다른 행동을 하려면 자동차로 뻘을 지나야 하는데, 거길 지나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승 연구위원은 조양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이는 실종되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법 제도가 있다. 그런데 성인이 실종됐다고 해서 (얼굴을 공개해도) 누가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조양 가족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며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이 끝난 뒤에도 조양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자 학교 측은 지난 22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조양 가족이 제주를 방문한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농촌 마을에서 한달살기’ 등 지자체 운영 행사에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양 가족은 완도군 신지면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YTN이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조양 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숙소에서 나왔다. 당시 조양은 축 늘어진 채 어머니 A씨의 등에 업혀있었고 아버지 B씨는 옆에 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다음날 오전 1시께 조양과 A씨의 휴대전화가 꺼졌고, 3시간 뒤인 오전 4시께 B씨의 휴대전화도 송곡 선착장에서 꺼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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