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의 기업·산업 분야 자문을 맡고 있는 경제단체들의 80%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각국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10%를 제외하고는 올해 하반기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인 BIAC(Business at OECD)가 지난달 OECD 회원국의 경제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정책조사 결과를 11일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자국의 GDP에 미칠 영향에 대해 53%가 0.5∼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18%는 1%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답변했고 0.5% 미만 감소할 것이란 의견은 9%였다. ‘예상하기 이르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올해 하반기 경영환경을 긍정적(매우 좋음·좋음)으로 전망한 응답도 10%에 그쳤다. 지난해 응답률인 60%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하반기 경영환경을 ‘보통’으로 본 답변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59%로 급상승했다. 경영환경을 부정적(나쁨·매우 나쁨)으로 전망한 비율은 같은 기간 28%에서 31%로 올랐다.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을 묻는 항목에는 74%가 ‘에너지 가격 및 공급’을 꼽았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우려한 답변은 17%였다. 자국의 기업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은 지난해 95%에서 올해 72%로 23%포인트 하락했다.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은 같은 기간 2%에서 23%로 21%포인트 상승했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회복 시점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이와 함께 경제단체의 68%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59%는 앞으로 세계 경제 회복을 저해할 위험요인으로 ‘공급망 붕괴’를 지목했다. 공급망 문제는 가격 혼란(58%), 산업 생산량 감소(25%), 산업별 취약성 확대(14%)로 이어져 산업 경쟁력 유지·강화에 차질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2개월간 자국 정책개혁의 강도를 묻는 질문에는 68%가 ‘느린 수준’이라고 답했다. 경제 회복을 위한 혁신이 지연되는 원인으로는 ‘혁신에 대한 정치적 의지·리더십 부족(67%·복수응답)’ ‘느슨한 연정·당파갈등 등 정치적 통합 부족(64%)’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BIAC는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 아래 친성장 개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AC는 개방 경제와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해 1962년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이 주도해 만든 조직이다. OECD 경제정책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한다. 한국은 전경련이 1996년부터 한국 대표 회원기관으로 활동 중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올해는 글로벌 공급망 난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에 대한 기대가 현저히 낮아졌다”며 “세계 민간 경제단체들은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성장 중심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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