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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IRA 대응 급한데…'주52시간'에 묶인 현대차 美공장

■ 해외건설 현장도 국내 노동규제…조지아 공장 조기준공 난항

'전기차 보조금 혜택' 받기 위해

2025년서 가동 앞당기려했지만

勞편향 적용에 발목잡혀 쉽잖아

현대차 울산 공장 아이오닉5 생산 라인.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가운데 ‘주52시간 근로제’ 규제로 조기 준공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건설 및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준공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시공을 맡은 관계사 등과 검토 중이지만 해외에서도 주52시간제가 적용돼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력을 확충하고 조기에 착공하더라도 주52시간을 지키면서는 공사 기간을 단축해 준공 시점을 대폭 앞당기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현지 채용 근로자는 주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국내에서 파견한 한국인 직원들의 경우 규제를 받아 현장 업무 관리 감독의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된다.

IRA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2주간 미국 출장을 다녀오고 정부와 국회까지 지원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최선책으로 꼽히는 조지아 공장 조기 가동이 국내 규제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 된 것이다.

현재 주52시간을 넘겨 근로가 가능한 특례 업종은 운송과 보건업 등 5개 분야에 불과하다. 앞서 해외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본사와 현장의 시차나 기후·관습 등으로 실질적인 공사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 주52시간제의 탄력적 운영을 요구해왔지만 지난달 31일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에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계는 삼성전자와 현대차·SK그룹·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며 올 들어 미국에 605억 달러(약 80조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해외 반도체·배터리 공장 건설 등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근로시간 제도는 각 기업과 근로자의 사정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 양자 모두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업역별 특성이나 업황에 상관없이 주52시간 근로를 적용해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하고 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늘려도 工期 단축 어려워"…현지 특수성에 규제 '이중고'

[해외 건설현장 '주52시간 덫']

◆현대차 조지아 新공장 비상등

미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삼성·SK 등 해외진출 사활걸지만

근로관습 더해 국내법 족쇄 고충



합작사 세울때도 52시간 걸림돌

상대국 정부와도 신뢰 균열 우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탈(脫)중국 대응을 위해 현대자동차·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주52시간 근로제’ 등 각종 규제에 잇따라 발목을 잡히고 있다. 국내 규제로 기업들이 계획한 해외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의 경영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미국 등 상대국 정부와의 신뢰 관계도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이 주52시간제로 조기 준공이 어렵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6일 건설 및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5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준공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주52시간제 때문에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지 채용 근로자는 주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국내에서 파견한 한국인 직원들의 경우 규제를 받아 현장 업무 관리 감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IRA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2주간 미국 출장을 다녀오고 정부와 국회까지 지원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최선책으로 꼽히는 조지아 공장 조기 가동이 국내 규제로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올 들어 미국에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다른 대기업들도 유사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발표한 대미 신규 투자액은 605억 달러(약 80조 원)에 달한다. SK그룹이 2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 LG그룹이 110억 달러, 현대차그룹이 105억 달러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근 발효된 IRA가 미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현지 투자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주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기후나 관습·현지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에서 국내의 노동 규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한 중동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일하지 않는 관습이 있고 주2일 휴일이 금·토요일인 점,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라마단 연휴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점 등 공기 맞추기가 더욱 까다롭다.

건설사 관계자는 “비가 몰아치는 우기나 혹서기에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근로자 안전상 불가능하다”면서 “이 시기에 하지 못한 작업을 전후에 보충해야 하는데 주52시간이라는 제한이 가해지니 공사에 속도를 내야 할 때 오히려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건설사들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인프라 분야에서 손꼽히는 타국 기업들과 합작(JV)사를 세울 때도 주52시간제가 협력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정 근로시간이 주40시간이지만 근로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 쿠웨이트 현장에 파견된 미국 회사 소속 근로자는 일주일에 60시간씩 1년(52주) 내내 연장 근무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업계는 전한다. 반면 국내 현행법은 연장 근로의 사용 한도를 연간 90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려면 하루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해야 하는 조항도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탄력 근무를 한 다음 날 현장에 발주한 자재가 도착하면 출근 후 대응해야 하지만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 때문에 작업에 들어가지 못해 전반적인 공사 기간이 밀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이르면 11월 해외 건설 현장에 대해 근무시간의 탄력적 조정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대치 형국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범정부 차원에서 경직된 노동 규제로 꼽히는 주52시간제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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